(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 등 일정이 23일(현지시간) 확정되면서 막바지 단계에 이른 한미 무역 합의가 방점을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 양측은 지난 8월 26일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두 달간 무역·안보 후속협상을 이어왔는데,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2차 정상회담이 29일 열리게 되면서 협상은 한층 더 타결에 가까워진 듯하다.
최대 현안인 무역 협상은 한국의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직접 투자(현금) 비중과 분납 투자 방식 등이 최종 쟁점이다. 애초 미국 정부는 전액 직접 투자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내세우면서 양측 이견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3천500억 달러를 일시에 직접 투자로 할 경우 한국 외환시장에 가해질 충격이 크다는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직접 투자 액수를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추고, 기간을 나눠 투자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미 당국자들은 한국이 3천500억 달러를 전액 일시납으로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일단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천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6일에 이어 22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며 양국 협상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김 실장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후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선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측이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내용을 놓고 어느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을지가 협상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차례 '전액 선불(up front)' 투자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정치적으로 결단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과 연쇄 회동을 하며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중이 있다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무역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의 회담 바로 다음 날 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더 큰 난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등을 두고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국과 최종 합의를 도출해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시기에 쫓겨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핵심 쟁점에서 양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APEC 이후로도 후속 협상이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이 타결된다면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동맹 현대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까지 포함된 안보 및 산업협력 관련 협상 결과물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원자력 협정 개정의 경우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지난 8월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은 안보 분야에서 잠정적으로 합의된 성과들이 있었는데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당시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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