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직원 몰아간 지방세연구원 ‘끝내 사실로’…전 원장, 체불 등 형사입건

2025.12.09 15:24:31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대 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로 몰아갔다는 의심을 받던 한국 지방세연구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 감독 결과, 대부분의 괴롭힘이 사실로 인정됐다.

 

노동부는 9일 감독결과에서 가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전보 등을 지시하는 한편,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관련 강성조 전 지방세연구원장을 형사 입건했다.

 

지난 2023년 9월 고인 A씨는 지방세연구원에 수습 직원으로 입사했으나, 같은 해병대 출신 장모 부장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괴롭힘을 받았다.

 

장모 부장은 2023년 12월 A씨가 연차 사용을 신청하자 특강을 준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폭언과 욕설을 하며, 신청을 거부했다.

 


또한, 야근 중이던 A씨를 술자리로 불러내 “기압이 빠졌다(해병대 은어)”이 빠졌다며 경영지원실장 등과 함께 모욕을 주었다.

 

장모 부장은 3개월 정직을 받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계속됐다.

 

장모 주장은 ‘하극상’을 했다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필 시말서를 강요했다.

 

A씨는 장모 부장의 불법행위 신고를 위해 녹취 자료를 제시했으나, 장모 부장은 대화 녹음이 불법이라며 형사고소를 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측에 3차례, 고용노동청에 1차례 신고했지만, 지방세연구원 측은 괴롭힘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거꾸로 조직적 괴롭힘에 가담했다.

 

지방세연구원은 2024년 9월 녹취 자료로 징계를 요구한 것이 인사위원회에 대한 협박이라며 A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전국 지자체 용역에 따라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업이다. 지자체는 이 보고서에 평가를 매기는데, 지방세연구원은 이 평가를 토대로 3년마다 연구자들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A씨가 장모 부장의 폭언을 녹취하는 과정에서 장모 부장과 부원장, 실장급 주요 간부 등이 마음에 안 드는 연구자를 자르기 위해 지자체에 연락, 고의로 평가를 깎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녹음됐다.

 

A씨는 이를 공익제보한 후 지방세연구원은 A씨를 인사위원회 협박혐의로 징계절차를 진행했고, 부원장 등은 A씨를 중징계 및 업무배제,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형사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지방세연구원의 직원 괴롭힘 정황은 2024년 9월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이 있었지만, A씨는 거의 1년간 구제를 받지 못했고, 끝내 지난 9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A씨 부모는 김영환 노동부 장관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다.

 

노동부는 즉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 위 행위 상당부분을 사실로 인정하고, 부원장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직접 가해에 나선 근로자 5명에 대해서는 징계·전보 조치를 시정 지시했다.

 

미 이행시 추가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이밖에 지방세연구원의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걸쳐 총 8건의 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연장근로, 휴일·야간근로 가산 수당 및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을 법적 기준보다 적게 지급한 행위, 퇴직연금 사업주 부담금을 미납하는 등 재직자와 퇴직자를 포함해 140명의 임금 총 1억7400만원 체불 행위 등이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 4건에 대해 강성조 전 원장을 형사 입건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과소 부여, 임금대장 및 명세서 기재사항 누락 등 3건에 대해선 과태료 총 2500만원이 부과했다.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중식비, 성과상여금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동종 유사 업무의 계약직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시정을 지시하고, 미시정 시 기간제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특별근로감독 종료 후 강성조 전 원장은 사임했다. 강성조 전 원장은 행시 34회 행안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2022년 12월 지방세연구원장에 부임했다.

 

부원장은 지난 3월 조직 혁신 차원에서 직제 폐지 및 임기 만료로 퇴직했다.

 

한편, 서울고용노동청 특별감독팀은 고인의 유족에게 직접 결과를 설명하고 위로를 전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한창 꽃 피울 20대 청년이 입사 직후 2년 만에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것에 대해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면서 “생계를 위해 나선 일터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며, 앞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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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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