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전세사기와 구조적으로 무관한 민간건설임대주택까지 동일한 보증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임대보증금보증용 ‘HUG 인정 감정평가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공식 건의했다.
주건협은 21일 “전세사기 방지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증사고율이 0.5%에도 미치지 않는 건설임대시장에까지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시장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국토부와 HUG는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 2023년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감정평가금액은 후순위로 밀리고, 주택가격 담보인정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전세사기의 진원지인 일반전세뿐 아니라, 장기임대를 전제로 한 민간건설임대주택까지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특히 HUG가 감정평가를 직접 의뢰하는 ‘HUG 인정 감정평가’ 방식이 2024년 10월 이후 모기지보증과 공공지원민간임대에 먼저 도입된 뒤, 기존보다 20~30% 낮은 평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저평가 논란이 본격화됐다.
법령상으로는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 등 ‘시세’ 인정이 가능하지만, 실제 감정평가는 담보취득용 평가에 한정돼 시세 대비 약 80% 수준에서 가격이 산정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동일한 주택이라도 감정평가 의뢰 주체에 따라 평가액이 크게 달라지면서, 감정평가 제도 자체의 신뢰성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임대주택은 최초 임대 시점에 10년 이상 장기임대를 전제로 자금계획을 수립하는 사업 구조다. 이 상태에서 감정평가금액이 급락하면, 임대사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규모 임대보증금 반환 부담이 발생해 정상적인 사업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협회는 “임대사업자의 흑자부도와 파산, 임차인의 보증금 분쟁 및 주거 불안, HUG의 대위변제 급증이라는 연쇄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지방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 사례까지 나오며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임대보증금보증용 HUG 인정 감정평가 목적을 담보취득용이 아닌 일반거래용(시세 반영)으로 한시가 아닌 상시 적용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HUG 직접 의뢰 방식 대신 감정평가사협회를 통한 제3자 추천·의뢰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건협은 “전세사기 대책이 건실한 건설임대시장까지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며 “임대시장 안정과 중장기 주택공급 기반 유지를 위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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