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현실의 한계를 넘어

2026.04.21 14:09:34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기회와 위기가 찾아올 때, 사람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과로 연결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기회가 와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위기를 위기로만 받아들이고 쉽게 좌절하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사람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더 큰 노력과 집중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최근 승진 인사를 하며, 한 사람이 바로 이 네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오해를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맡은 업무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프로젝트를 완수해 냈다.

 

그가 보여준 성실함과 헌신, 그리고 묵묵한 열정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승진 역시 누군가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결과이며 모든 선택의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인생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단순한 ‘선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관계의 본질을 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직업을 고르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 길을 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오히려 ‘선택받는 과정’에 더 가깝다.

 

수많은 인연 속에서 특정한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의지적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반복된 만남과 시간, 그리고 마음의 축적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여우가 말한 ‘길들인다’라는 것은 지배가 아니라 관계의 형성이다. 그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수많은 대상 중 하나가 아니라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책임이 생긴다.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서로에게 선택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 아니라 선택받음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선택받음은 우연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시간과 마음이 쌓여 필연으로 완성된다.

 

이러한 관점은 사람을 평가하는 순간에도 깊은 시사점을 준다. 인사를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사람을 평가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은 하나의 단면으로 규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면을 지닌 입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과 인식만으로 성급하게 판단할 경우 오히려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피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편, 누구에게나 현실의 한계는 찾아온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 사람은 흔히 두 가지 극단으로 치닫는다. 하나는 좌절과 낙심, 원망과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힘과 방법에 집착하며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태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한 대응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계획보다 공익이 앞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이 원칙을 가슴에 새길 때 비로소 현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일이 막힐수록 조급함과 집착을 내려놓고 겸손히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공동체 속에서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항상 빚진 자의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고, 각자의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갈 때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더 큰 성과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은 선택과 선택받음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며, 그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기회는 성과가 되고 위기는 도약의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성찰은 관세행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세행정 역시 끊임없이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현장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기술의 진보, 새로운 무역 환경의 등장은 모두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다. 이때 조직과 개인이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에 도달한다.

 

변화를 기회로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지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위기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관세행정은 단순한 절차의 집행을 넘어 ‘경제 국경’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불법 외환거래, 신종 무역 범죄, 디지털 기반의 우회 거래 등 새로운 위험 요소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를 단속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을 때 관세행정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결국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가 행정의 수준을 결정한다.

 

선택과 선택받음의 문제는 인사와 조직 운영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인사를 통해 사람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직과 개인이 서로를 선택하는 과정에 가깝다.

 

특정한 자리와 역할은 단순한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태도,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 형성된 관계의 결과다. 한 사람이 조직에 필요한 존재가 되는 순간 그는 이미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 한 번의 평가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축적된 과정의 산물이다.

 

따라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관세행정의 현장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구성원 역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단편적인 성과나 특정 시기의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양한 시각과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입체적으로 평가할 때 비로소 공정성과 신뢰가 확보된다.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또한 정책과 제도는 언제나 현실의 제약 속에서 작동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국가 전체의 이익, 즉 공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공익을 중심에 둘 때 조급함은 사라지고 보다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관세행정은 개인의 역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관, 감시, 관세 수사, 관세조사 등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빈틈없는 경제 국경 수호가 가능하다.

 

서로를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조직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관세행정은 선택과 선택받음,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변화의 순간마다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기회는 성과로 이어지고 위기는 도약의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축적이 곧 조직의 경쟁력이자 국민이 신뢰하는 관세행정의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프로필] ▲1969년생 ▲경남 밀양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경제학 박사 ▲행시 36회 ▲관세청 서울세관장 ▲부산 세관장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관세청 차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구 관세청장 tf@tfnews.co.kr


8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조세금융신문 사업자 등록번호 : 107-88-12727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신사동 171-57) 제이제이한성B/D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713 등록일자 : 2011. 07. 25 제호 : 조세금융신문 발행인:김종상 편집인:양학섭 발행일자 : 2014. 04. 20 TEL : 02-783-3636 FAX : 02-3775-4461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