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민재)
하루에 3시간을 걸으면 7년 후에 지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
- 사무엘존슨
등산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Ruiteran에서 O
Ceberio까지 10km 정도 걷는 여정이다. 보통
하루만에 가는 구간을 이틀에 나누어 가니 산을 올라가야 하는 일정에도 여유있게 출발 한다.
전에 봤던 독일친구 옌스(젠스와 옌스 중간 발음인데 다시 들으니 옌스에
가깝다)가 우연히 숙소로 들어오더니 세명이 더 합류해서 5명의
순례자가 머물렀다. 주인장 까를로스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면서 제공하더니 넉넉한
아침까지 준비해 준다.
특이하게 달라이 라마 사진이 식당 벽에 있더니 아침부터 옴마니반메훔이란 독경이 반복되는 음악이 나온다. 까를로스는 알베르게를 나설 때는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하며 합장까지 해 주니 참 특이한 경험이다. 시설이 좋은 알베르게는 아니지만 주인장의 마음만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 옌스는 아침 잠이 많아 아침 식사에 좀 늦다. 오렌지 주스, 크피, 쿠키, 바게트
빵까지 아침 메뉴가 풍성하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Ruiteran에서 O Ceberio까지>
Ruiteran에서 O Ceberio까지 10km 구간이다.
오세브리오로 넘어 간다는 것은 등산을 하는 듯한 급경사를 올라는 것을 예고하는 한편 그 동안 보아오던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간에서 그 동안 오랫동안 걸어오던 레온 지방이 끝나고 순례의 마지막 지방이 되는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게
된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게 되면 그 동안 보아오던 메세타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조금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 전날 햇살이 좋아서 은연 중에 맑은 하늘을 기대했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면서 땅이 젖어든다.
▲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누군가 붙여 놓은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 모양발견했다. 비오는 이국땅에서 웬지 마음이 아파온다. 오늘 비가 눈물인가 보다.
Las
Herrerias
출발하고 1km 정도 걸어가면 Las
Herrerias에 도착한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양과 말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마을에 알베르게가 한군데 있다. 20세기
초까지 대장간이 있었던 것은 마을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전 대장간은 작은 농장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 말을 타고 오세브레이로 올라갈 수 있으니 혹시 말 타고 올라가려는 순례자는 알아봐도
괜찮을 듯 하다.
▲ 마을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본격적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La
Faba
Las Herrerias에서 4km정도 걸어서 La Faba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에 도착하는 동안 만나는 오르막 길은 모처럼 한국의 산을 등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이다. 그 만큼 힘이 드는 구간이다. 땀 흘리며 오르는 동안 비가 오지만 덕분에 안개가 끼어 멋있는 풍경이 연출 된다.
이 마을에 알베르게와 Bar, 상점이 있으니 너무 힘이 든다면 이 마을에서 쉬고
다음 날 출발할 것도 괜찮을 듯 하다.
▲ 길을 따라 마을에 진입하는 동안 안개가 조금 걷힌 느낌이다.
▲ La Faba를 벗어나도 계속 되는 오르막 길을 피할 수가 없다. 마을을 벗어나고 오히려 안개가 더 많아졌다. 날씨가 흐려 맑은 날을
아쉬워했더니 안개 자욱한 풍경 덕분에 좋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Laguna
de Castilla
La Faba에서 2km 정도
더 올라왔더니 Laguna de Castilla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에 도착할 때쯤엔 안개가 더 짙어져서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쉬지 않고
그냥 바로 지나간다.
이 마을에도 알베르게가 있어 힘들다면 머물러서 쉬고 갈 수 있는 곳이다.
▲ Laguna de Castilla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할 때쯤에는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 Laguna de Castilla를 지나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길을 따라 가는 동안 뒤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말을 타고 오는 순례자들이 보인다. 말이나
소가 좁은 비탈길로 올라올 때는 항상 산쪽으로 붙는 것이 요령이다. 경사길이나 절벽쪽에 서 있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
▲ 갈리시아 지방이 시작한다는 표지석을 만났다. 이제 160km 정도 남았다는 표지석과 만나니 괜히 벅찬 감흥이 올라 온다.
O
Ceberio
거리가 찛았다고는 해도 산을 오르는 구간은 쉽지 않았다. 비까지 오니
걷기 불편함까지 겹쳐 도착하고 나니 지친다. 오세브레이에 도착하니 좀 전에 지나간 말 탄 순례자들이
말에서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침 한국 순례자들이라 말
타고 올라와서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떨어지지 않으려고 너무 긴장하고 힘을 줬더니 등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한다. 차라리 걸어 올라노는게 나을 뻔 했다고 말하는 것을 봐서는 긴장을 많이 했었나 보다.
시립 알베르게는 1시부터 문을 연다고 설명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하고 가 봤더니 역시 문을 열지 않았다. 다시 마을 입구쪽에 있는 Bar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면서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들었갔다.
갈리시아 주정부가 알베르게에서 화기를 금한 덕분에 여러가지 시설이 있긴 하지만 그릇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 대신 사설 알베르게에 중에는 취사가 가능한 곳이 있으니 필요하다면 찾아 들어가면 된다.
▲ 말을 타고 온 순례자들이 앞에 있다. 한국 순례자들이라서 재미 있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들면서 너무 긴장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안개가 너무 짙어 마을 안이 잘 분간이 안된다.
▲ 오세브레이 시립 알베르게이다. 1시에 문을 연다. 일찍 도착했는데 문을 열지 않는 바람에 근처 Bar에서 점심을 먹으며 문 열기를 한참 기다렸다가 들어왔다. 처음으로 들어온 순례자가 된 덕분에 침대도 아무 곳이나 골라서
선택할 수 있고 세탁기를 이용하거나 샤워를 하는데도 무지 편했었다.
▲ 알베르게에서 샤워도 하고 세탁도 하고 나서 쉬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오니 안개가 걷혔다. 어디로 갈까 둘러보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니 한국 순례자들과 대만에서 온 잇슨과 대만에서 왔다는 부부가 함께
있다. 사진에 있는 여 주인장이 주문을 물어보러 오면서 문어라고 한국말을 하기에 신기해하니 옆 테이블
한국에서 온 모자 순례자가 말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오늘의 일기
지나가면서 만난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고 또 엇갈려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곤 한다. 살아가는 삶의 축소판인듯 하다.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해 샤워까지 다 끝나고 편하게 있었더니 뒤 이어 오던 순례자들 중에 낯 익는 순례자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힘든 산행길을 어떻게 무거운 짐을 지고 빨리 올라왔는지 궁금한 표정이 역력하다. 어떤 친구는 엄지를 척하고 올리면서도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가고, 어떤 친구는 정말 걸어서 왔냐고 물어본다. 영어로도 스페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가 힘들어 그냥 웃기만 했더니 다들 신기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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