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_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철길 근처의 낯익은 풍경에게도 다짐을 해두었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詩 감상] 양 현 근 시인
허둥지둥 현실에 쫒기며 살다보면
무엇 때문에 사는 지도 잊고 살 때가 많다.
채워지지 않는 것들로 늘 가슴 속이 먹먹해져 올 때
그리운 이름들이 바스락거릴 때면
가끔은 뒤를 돌아 보라.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아온 모든 것들
그리운 것들이 거기 있을지 모른다.
[낭송가] 서 랑 화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대전일보 및 한국시낭송협회 전국시낭송대회 금상
재능시낭송대회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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