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_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 김 영 랑
1903년 전남 강진(康津) 출생(1950년 별세). 본명은 윤식(允植)
1930년 박용철(朴龍喆)·정지용(鄭芝溶) 등과 함께 《시문학(詩文學)》 동인으로 참가하여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언덕에 바로 누워>, <쓸쓸한 뫼 앞에>, <제야(除夜)> 등의 서정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詩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아름답고 음악적인 시어, 섬세하고 영롱한 서정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시집으로 『영랑시집(永郞詩集)』
[詩 감상] 양 현 근
김영랑은 일제 강점시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민족시인이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창씨개명(創氏改名)과 신사참배를 거부하였으며
광복 후에는 민족운동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 시에서 `모란'은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따라서 모란꽃이 진다는 것은 곧 희망과 아름다움의 소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지극한 슬픔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돌아올 찬란한 봄과
다시 아름답게 피어날 모란을 기다린다.
봄은 곧 환희와 슬픔의 계절이자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 계절인 것이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모순적인 현실이 일제 강점기의 암울했던
시대상황과 맞닿아 있다.
[낭송가] 조 정 숙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청마유치환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김영랑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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