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도로 표시 하자에 의한 사고,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24.04.12 08:10:51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교차로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나 표지판에는 좌회전시 유턴하도록 기재되어 있어 직진 신호시 유턴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표지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사실관계]

 

사건은 A씨가 원동기장치자전거(이하, ‘오토바이’라고 한다)를 운전하던 중 ‘ㅏ’ 형태의 교차로에서 유턴하다가 발생하였다. 사건 장소에는 ‘ㅏ’ 형태의 교차로가 있었고, 위 교차로 3색 신호등에는 유턴 지시표지 및 그에 관한 보조표지로서 ‘좌회전 시, 보행신고시 / 소형 승용, 이륜에 한함’이라는 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표지에 좌회전시 유턴하도록 되어 있는 부분은 신호체계와 맞지 않았고 이 사건 신호등을 바라보고 운전할 때 왼쪽으로는 좌회전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표지는 도로구조와도 맞지 않았다.

 


A씨는 위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경되자 유턴을 하였는데,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 및 좌회전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후 A씨 및 A씨의 부모는 표지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도로관리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다225910 판결]

 

당시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표지에 이 사건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이 사건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공공의 목적에 공여된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아울러 그 설치자 또는 관리자의 재정적‧인적‧물적 제약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영조물이 그 설치 및 관리에 있어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영조물 이용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족하다.

 

(2) 위 표지는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소통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된 교통안전시설이므로 그 내용이 설치 장소의 구조나 상황, 신호체계에 부합되어야 함이 원칙이고, 특히 위 표지는 도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자(이하 ‘운전자’라고 한다)로 하여금 어떤 신호가 켜져 있을 때 유턴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는 유턴 보조표지이므로 그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이 발생하는 경우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더욱 그러한데, 위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표지의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우전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표지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위 표지에 따르면 좌회전 신호이거나 혹은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위 교차로에는 좌회전할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신호등에도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므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을 할 것으로 보인다.

 

(4) 위 사고 이전에 위 표지가 잘못 설치되었다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고 위 표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 표지에 위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위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거기에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 론]

 

영조물 하자와 관련한 과거의 판례들은 대부분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하자를 인정하는 방향이었는데, 이 사건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5조에서 정하고 있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의 의미와 관련하여 영조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단순히 물적으로 갖추진 못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아울러 그 설치자 또는 관리자의 재정적, 인적 제약까지 모두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고 영조물 이용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정성까지 하자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아 주관적인 요소 등도 폭넓게 고려요소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도로침수 사고나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리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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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선 변호사 hslim@dongi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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