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손발톱 무좀 치료에 사용되는 레이저 기기의 관세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인천공항세관이 공방을 벌였다. 업체는 해당 기기를 관세가 없는 ‘외과수술용 기기’라고 주장했으나, 세관은 ‘피부과용 기기’로 분류해 관세를 부과했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18년 8월 수입된 ‘루눌라 저준위 레이저(Lunula Low Level Laser)’다. 이 기기는 405nm(보라색)와 635nm(빨간색) 두 가지 파장의 레이저를 이용해 손발톱 무좀균을 없애고 세포 재생을 돕는 의료기기다.
업체는 당초 이 물품을 ‘기타의 외과수술용 기기’(HSK 9018.90-2090호)로 신고해 한-미 FTA 협정관세 0%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세관은 사후 검증을 통해 이 물품이 ‘피부과용 레이저 작동식 기기’(HSK 9018.90-8010호)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세 등을 추징했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해당 물품이 ‘외과수술용 기기’(HSK 9018.90-2010호)에 해당한다며 경정청구를 제기했으나 거부당하자, 2021년 1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무좀 레이저 기기,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무좀 치료용 레이저 기기를 ‘외과수술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피부과용’으로 볼 것인지다.
관세율표상 의료용 기기(제9018호)는 용도에 따라 내과용·외과용·치과용·수의과용 등으로 세분화된다. 업체가 주장한 ‘외과수술용 기기’(제9018.90-20호)로 분류되면 한-미 FTA에 따라 관세가 0%다. 반면 세관이 적용한 ‘피부과용 기기’(제9018.90-8010호)로 분류될 경우 수입 당시 기준으로 2.4%의 관세가 부과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술용’으로 인정받아야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반면 ‘피부과용’이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 업체 “과거 레이저 수술기도 외과용…정부 고시 믿었다”
업체는 과거 관세청의 품목분류 사례를 근거로 내세웠다. 지난 2013년 관세청 품목분류위원회가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나 제모 등에 사용하는 ‘CCC 레이저 수술기’를 ‘기타의 일반외과용 기기’(제9018.90-9010호)로 분류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쟁점 물품 역시 레이저를 이용해 환부를 치료하는 기기이므로 과거 유권해석에 따라 외과수술용 기기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2014년과 2017년 HSK(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를 개정하면서 품목분류 체계를 변경해놓고, 이를 소급 적용해 과세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과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체는 “관세율표상 ‘피부과용 기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며 “피부과 전문의가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피부과용 기기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로 정형외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도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 세관 “수술은 ‘절개’가 핵심…이건 단순히 쬐는 것”
세관은 쟁점 물품과 업체가 제시한 ‘CCC 수술기’는 본질적으로 다른 기기라고 반박했다. 세관은 “업체가 인용한 CCC 수술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조직을 절개하거나 파괴, 제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수술기’이므로 외과용으로 분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쟁점 물품인 무좀 레이저 기기는 피부 조직을 절개하거나 태우지 않는다. 대신 낮은 파장의 레이저를 환부에 비쳐 무좀균을 죽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비침습적 방식의 치료기기다.
세관은 “피부 조직의 절개 없이 무좀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기를 외과수술용으로 볼 수 없다”며 “2017년 개정된 HSK 체계에 따라 ‘피부과용 레이저 작동식 기기’(제9018.90-8010호)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HSK 개정 과정에서 세율 연계 오류가 있었다는 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쟁점 물품은 애초에 외과용이 아닌 ‘기타 의료기기’에 해당했으므로 FTA 양허 유형 변경이나 오류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 조세심판원 “무좀 치료는 피부과 영역…절개 없어 수술 아냐”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과세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쟁점 물품은 피부 조직의 절개, 제거, 파괴가 주된 기능인 외과수술용 기기가 아니라 손발톱 무좀 개선이 주목적인 피부과용 레이저 기기”라고 판단했다.
업체가 신뢰했다고 주장한 ‘CCC 수술기’ 사례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CCC 수술기는 피부 조직 절개가 가능한 기기인 반면, 쟁점 물품은 단순히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이므로 서로 다른 물품”이라며 이를 동일하게 취급해 달라는 업체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외과수술용 기기가 아닌 ‘피부과용 기기’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며 세관이 경정청구를 거부한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심판례: 인천공항세관-조심-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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