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가상자산이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개인 소유 비트코인도 형사소송법상 압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향후 자금세탁 및 사기 등 가상자산 범죄 수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분기점이 되는 결정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11일 A씨가 제기한 ‘수사기관 압수처분 취소’ 재항고 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확정하고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결정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비춰볼 때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증표로,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해당 판단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관형 지갑에 들어 있는 코인 자체가 형사소송법 제106조와 제219조에 따른 압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대법원은 2018년 비트코인을 몰수 가능한 재산으로 본 데 이어, 이번에는 수사 단계에서의 ‘압수 가능성’까지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2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은 자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서 비트코인 55.6개를 전송받아 압수했다. 당시 시가로 약 6억원 규모였다. A씨는 이에 대해 “거래소 계좌에 있는 비트코인은 유체물이 아니고, 예금채권과 유사한 권리에 불과해 형사소송법상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압수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상자산은 전통적인 의미의 유체물은 아니지만, 전자적으로 이전 거래되는 전자적 증표로서 몰수 예정인 물건에 해당한다”며 A씨의 준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이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비트코인의 실질적 지배 구조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독립적으로 관리될 수 있고,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며 경제적 가치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가 가능한 전자적 증표”라며 “보유자는 개인 키를 통해 해당 가상자산의 관리 및 처분에 사실상 배타적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자 정보로서도 압수 요건을 충족한다는 취지다.
해당 결정은 기존 판례 흐름을 한층 구체화한 사례다. 대법원은 2018년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비트코인의 몰수를 인정했고, 2021년에는 비트코인을 사기 범죄의 재산상 이익으로 본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이 같은 법리를 수사 단계의 압수 절차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