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몸은 많이 나아졌는데 잠이 안 와요.” “사고 이후로 괜히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통증만큼이나 자주 하는 말이다. 짧은 순간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교통사고는 근육과 관절뿐 아니라 신경계와 정신계에도 진한 흔적을 남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어혈(瘀血), 기혈순환 장애, 심신불안(心神不安) 시각으로 접근한다. 교통사고 후유증 은 통증 치료와 함께 정서적인 면도 살펴야 한다. 신경정신적인 면에서 주목받는 한약재가 산조인(酸棗仁)이다.
갈매나무과의 잘익은 씨인 산조인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중추신경을 억제해 불안감과 초초함을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잠을 부르는 씨앗으로 불리는 산조인은 놀람, 불면, 수면장에, 긴장, 가슴 두근거림 등에 적용된다.
교통사고 후의 수면장애 원인은 사고 당시의 긴장과 공포가 몸에 남아 있는 탓이다. 근육은 이완되지 못하고 신경은 계속 깨어 있는 상태가 된다. 산조인은 과도하게 흥분된 신경을 부드럽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기혈 회복을 돕는다. 수면과 마음 안정으로 인체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도록 한다.
잠이 깊어지면 근육 회복이 빨라지고, 통증 민감도가 낮아진다. 실제로 통증이 줄지 않아도 “잠을 자고 나니 훨씬 견딜 만하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산조인의 효능은 다른 치료와 병행될 때 더 커진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탕약, 침, 약침, 추나요법을 병행하는 종합요법이 바람직하다. 다만 교통사고 이후 이유 없는 불안, 뒤척이는 밤, 쉽게 지치는 몸이 계속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교통사고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아프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편안히 숨 쉬고 잠들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산조인은 그 회복의 과정에서 조용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재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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