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소믈리에 와인레이블을 읽다]쉿! 와인 양조의 비밀<1편>

2020.03.12 08:15:30

(조세금융신문=최영준 소믈리에) 

와인을 만드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이다. 자연의 손놀림 한번에 애써 키워온 포도나무가 우박이나 서리에 맞아 떨어지거나, 수확시기에 비가 내려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한 팀이 되어 포도를 와인으로 바꾸는 과정, 와인의 탄생부터 우리 앞으로 오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을 들여다보자.

 

포도밭의 1년 생장주기(북반구 기준)

10월 - 수확이 끝난 후 생산을 제외한 나무는 전부 뽑아내고, 수확을 마친 포도나무와 포도밭의 토양을 정비한다.

 


11월 – 날씨가 겨울로 접어들며 포도나무가 동면 상태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포도나무의 낙엽이 지면서 수확한 포도나무의 가지와 비생산 나뭇가지를 잘라낸다.

 

12월 – 서리 피해 대책을 마련해 둔다. 겨울에서 늦은 봄까지 포도밭의 온도 관리는 중요하다. 완벽한 동면에 들어간 포도나무는 수액이 멈추고, 영하 20도 이하를 초과하지 않는 한 문제없이 겨울을 잘 견뎌내 줄 것이다. 다음해에 사용할 나무를 심기 위해 나무 전체를 잘라내기도 한다.

 

1월 / 2월 – 싹의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겨우내 가지치기를 통해 하나의 포도나무에서 얼마만큼의 포도송이를 얻을지 1차적으로 결정한다. 포도는 생산량도 중요하지만 열매가 많으면 에너지를 그만큼 나눠 써야하기 때문에 품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3월 – 쟁기질을 하여 잡초를 제거하고, 비료를 살포한다. 트랙터를 이용하여 밭을 갈기도 하고,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나 토양이 상하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생산자들은 트랙터가 아닌 말이 끄는 쟁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나무를 접목한다.

 

4월 / 5월 – 오래된 대목과 접붙인 새나무에서 동시에 새싹이 나기 시작한다. 이 때 오래된 대목의 새싹은 에너지를 새로운 나무에 집중하기 위해 잘라준다. 늦은 봄에 내리는 늦서리는 새싹에게 아주 치명적이기 때문에 포도밭에 대형 난로 혹은 가스 화염방사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5월 / 6월 – 포도 잎사귀 관리를 시작한다.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어린 가지들을 수평와이어에 묶어준다.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7월 – 벌레, 곰팡이 등 병충해를 대비해 농약류를 살포한다. 조금씩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좋지 않은 포도송이를 제거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8월 – 이 시기는 포도알이 더 이상의 성장은 멈추고, 고유의 색을 가진 상태로 무르익는 시기로 ‘베레종’이라고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의 포도는 가지치기를 계속하여 솎아낸다.

 

9월 – 가장 중요한 시기다. 포도의 당도 검사, 산도 검사를 진행한다. 정확한 수확 시기를 결정지어야 하는데, 일기예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조생종(일찍 수확)과 만생종(늦게 수확)의 수확시기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포도밭의 수확시기에는 가장 예민하게 다뤄야 한다. 포도밭에서 딴 포도가 와이너리까지 도착하는 과정에서 포도알이 다치거나 터져서 산화되지는 않는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면 미리 수확할지 혹은 그냥 둘 것인지, 수확한다면 하루 중 언제 할 것인지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춰 실패하지 않을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양조자들은 9개월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와인 양조의 적

필록세라 – 이 네글자는 와인의 역사를 바꿨다. 아메리카 출신의 이 진드기는 1860년에 유럽에 안착하여 프랑스부터 시작해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까지 수 없이 많은 와이너리를 파산시켰다. 하마터면 이 진드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와인이 없어질 뻔했다. 1878년 미국산 포도나무에서 면연력을 발견하여 현재까지도 포도나무에 미국산 포도나무를 접붙이기를 하여 예방하고 있다.

 

피어스병 –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곤충의 타액을 통해 옮겨진다. 병에 걸리면 포도나무 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며, 모두 낙엽이 되어 5년내에 나무가 말라 죽는다. 알려진 정확한 치료법은 없으나, 엄격한 검역규제로 인해 많이 감소되었다. 그러나 한번 걸리면 반드시 포도나무는 죽고야 만다.

 

노균병 – 곰팡이병의 일종으로 18세기 말에 처음 출현했다. 습도가 높은 지역에 주로 발생하고 곰팡이를 반드시 동반하여 포도나무가 더 이상 자랄 수 없게 만든다. 다행히도 여러가지 예방 방안이 있어 현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로필] 최 영 준

• 현대 그린 푸드 EATALY MANAGER / SOMMELIER
•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2위
• 제1회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FINALIST
• Korea Wine Challenge 심사위원
• 전) W Seoul Walker-hill Chief Somm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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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소믈리에 aidan8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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