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땐 유가 상승 '반비례'…달러수요 감소 조짐에 내년 유가 걱정

2022.12.20 11:04:31

— 미 기준금리 낮으면 유가 높고, 그 반대도 성립…최근 반전 후 재개
— 달러로만 원유 결제해온 미-사우디, 위안화 득세땐 유가는? 달러는?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제 1차 국제 석유파동이 났던 지난 1970년대 이래 미국 달러(USD)와 원유가격은 뚜렷한 반비례 경향을 보여왔지만, 최근 20년간 이런 ‘반비례’ 추세가 대거 해소되고 연동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에 원유와 천연가스를 팔면서 기존의 달러 결제 대신 위안화 결제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결제 수요 감소가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낮출 지도 주목된다.

 


외환시장 전문가 피에로 친가리(Piero Cingari)는 영국의 자본시장 및 투자정보 전문매체인 <캐피털(capital.com)>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과거 달러와 유가는 자주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친가리에 따르면, 1970년대말 미국과 사우디가 원유거래를 위해 미 달러를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소위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형성됐다. 석유수입국들은 달러로 원유 대금을 지불했고, 석유수출국은 달러로 원유대금을 받았다.

 

반대로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비교적 적당한 값에 원유를(=달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올랐다. 친가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하면, 유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달러와 유가의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친가리는 그러나 “최근 20년간 대체로 이런 (유가와 달러가치의) 반비례성이 줄었다”면서 “달러와 유가는 비례적 연관성을 보이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0년 당시 지나치게 낮아진 유가는 2022년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데, 이는 지구촌을 뒤덮은 코로나19 대확산이 종료돼 봉쇄가 풀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중반부터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 달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가를 추가로 급등시켰고, 경제주체들은 각종 시장 위험을 회피, 조심스럽게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았다”며 유가와 달러가치 동반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2022년 2분기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 때도 유가는 확실히 하락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찬가리는 “이는 중국의 봉쇄(Lock down)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라며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한 탓도 크다”진단했다. 미국은 심각한 석유공급중단 사태에 대비,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비상 석유재고를 취득・저장・유통・관리하고 있다. SPR은 국제에너지프로그램(IEP)에 따른 미국의 의무를 이행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달러와의 금리 역전으로 급속한 자금 유출을 우려,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한풀 꺾이자 미국 달러(USD)는 하락세로 돌아선 형국이다. 미국이 전략유(SPR)를 시중에 대거 방출, 유가가 하락하면서 달러 하락세도 동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 지는 불분명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은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값은 강세로 전환됐고, 유가는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0.8% 떨어진 82.06 달러(USD)에 거래됐다. 달러와 유가의 반비례 관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가 상승했고, 이것이 유가하락을 불렀다는 전문가 분석이 눈에 띈다. 달러는 누가 뭐래도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높아지면, 달러 값이 올라 다른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석유를 구매하기 위한 원가가 증가한다. 친가리에 따르면, 다른 요인과 달리 달러 강세(미국 제외국가의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원유 수입국들은 즉각 반응하는 대신 석유 수요를 일시적으로 낮춘다. 달러가 약해질 때까지 원유 수입시기를 늦춘다는 것.

 

문제는 원유 대금은 무조건 달러로 결제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친가리는 “중국이 달러 대신 위안화로 에너지 거래를 할 목적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중동지역으로부터 천연가스와 원유를 사오면서 달러를 지불하지 않고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실제 지난 16일 시진핑 주석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간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정황이 공개됐다.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대량구매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거듭 밝혔다. 다만 사우디 왕세자가 위안화로 결제대금을 받고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다.

 

상위 5대 산유국에 속한 이란과 러시아에 이어 지구촌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안화로 석유대금을 받는 상황이 현실화 되면, 그만큼 달러 수요가 줄어 달러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연달아 4번, 이어 빅스텝을 이어가는 것은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저명한 국제금융전문가는 이달초 열린 2023년 경제전망 심포지엄에서 기자와 만나 “달러가 원유 결제수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그 자체로 미미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달러 수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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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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