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한규홍 손해사정사) 보험 가입을 권유 받아 보험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지만 보험은 가입자의 청약과 보험자의 승낙으로 계약이 성립된다.
가입 권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는 보험 가입 시 서류 또는 가입 상담사가 묻는 질문들을 확인하여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직접 서류에 작성하거나 답변 과정에서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보험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소한 병력은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가입자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병력도 보험에서는 다를 수 있다.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사고, 질병을 보상하는 것이라서 가입자가 느끼는 사소함과 보험회사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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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예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 (건강검진 포함)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질병확정진단/질병의심소견/치료/입원/수술/투약) |
보험 가입 시 작성해야 하는 질문 내용 중 하나이다.
질문서 어디에도 사소한 것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없으며 최근 3개월 이내에 진단, 투약 등이 있을 경우 이를 고지해야 하는 질문 내용이다.
질문 내용 그대로를 보자면 병원에 가서 진료 후 약물 처방을 받은 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3개월 이내에 보험에 가입할 경우 위 질문에 해당이 있음을 체크해야 한다.
감기, 단순한 안과 질환, 짧은 기간의 약물 처방 등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입자 기억에는 감기로 병원에 간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작 병원의 진료기록을 받아보면 비염, 만성 편도염 등과 같이 감기와 구분되는 병명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흔하다.
환자가 감기라고 생각하여 병원에 갔어도 호흡기 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호흡기 질환의 병명, 약물 처방일 수, 만성 여부 등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사실이 나중에 확인될 경우 보험이 강제로 해지될 수 있다.
보험회사의 가입 심사 기준으로는 가입자가 생각하는 작은 사실도 보험에서는 중요한 고지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고지하지 않은 내용이 훗날 보험금 분쟁, 보험의 강제해지로 이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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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험자 A씨는 유방암으로 진단되어 가입해 두었던 암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보험회사는 현장심사를 실시, A씨의 감기 증세로 병원에 1회 통원하여 약물 처방을 받은 사실, 건성 안증후군으로 안과에 1회 내원하여 눈물약 처방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사실들은 유방암과 관련성이 없는 내용으로 보험금은 지급되었으나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되어 보험 계약을 강제로 해지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이후 보험회사의 계약해지 공문이 내용증명 우편물로 배달되었다.
계약해지 공문을 확인해보니 건성안증후군, 급성기관지염으로 병원에 간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는 보험 계약 체결에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었다. 보험회사는 해지 예정일자에 맞춰 보험을 강제로 해지하였고 해지환급금을 가입자에게 입금하고 최종적으로 보험을 해지한 것이다. |
감기 진료나 눈물약 처방처럼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 흔히 발생하는 진료 사실조차 보험회사는 중요한 사항으로 주장할 수 있다.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보험 가입 시 고지했다면 보험 가입이 거부될 정도의 중요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감기나 눈물약 처방을 받은 사실을 전부 고지하여 암보험 청약을 진행하여 문제없이 가입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위 사례는 보험이 강제로 해지되었다. 이유를 추측해보면 피보험자 A씨는 유방암 환자로 재발이나 전이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환자이다.
또한 이번 유방암 진단 확정으로 앞으로 낼 보험료도 면제가 되었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납입 면제로 인한 보험료를 받지 못하고 앞으로 재발, 전이 등에 의한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 시 보험금을 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강제 해지권 행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진료라고 생각했더라도 보험의 고지의무 규정, 강제 해지권 행사는 가입자의 생각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보험 계약 체결에 무리가 없는 사실은 보험 가입 시 고지하여 향후 보험회사의 강제 해지를 예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프로필] 한규홍 한결손해사정 대표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 금융소비자원 서울센터장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손해사정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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