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0·15 대책 이후 한동안 둔화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가파른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대책 발표 한 달 만에 규제 적응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 속에,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되레 오르며 규제 효과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상승해 전주(0.1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국적으로도 상승 지역이 늘었다. 178개 시·군·구 중 매매 상승 지역은 전주 105곳에서 107곳으로 증가했고, 하락 지역은 68곳에서 62곳으로 줄었다. 수도권 매매가격은 0.13%로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지방도 0.01%에서 0.02%로 확대되며 상승 지역의 범위가 넓어지는 조짐을 보였다.
서울 내부에서는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온도차’가 더 뚜렷해졌다. 송파구는 이번 주에만 0.53% 오르며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동구(0.43%)·용산구(0.38%)·강남구(0.24%)·서초구(0.23%)·마포구(0.20%) 등 강남3·마용성 대부분이 0.3~0.5%대 강세였다. 잠실·성수·이촌 등 재건축과 역세권·대단지가 겹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으며 지수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북권도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폭은 제한적이었다. 성동·용산·마포 등은 강북14개구 평균(0.13%)을 크게 웃돌았으나, 노원(0.06%)·도봉(0.05%)·강북(0.02%) 등 이른바 ‘노도강’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서울 안에서도 핵심지는 빠르게 오르고 외곽은 완만하게 오르는 내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세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서초(0.32%)·송파(0.28%)·용산(0.23%)·성동(0.17%)·강동(0.28%) 등 주요 지역의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전세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다. 전세 불안이 매매 심리를 자극하는 ‘전·매 동행 압력’이 형성된 상황이다.
이처럼 핵심지만 재차 뛰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책 이후 시장이 규제에 적응을 끝내고 본래 수요 구조가 다시 작동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책 발표 직후에는 상승폭이 잠시 줄며 안정되는 듯 보였지만, 이번 주 흐름을 보면 사람들이 규제에 너무 빨리 적응했다”며 “거래는 줄어도 살 사람은 결국 산다.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규제로는 시장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 배경으로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세 불안 ▲재건축·정비사업 기대감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신축·준신축 희소성 ▲GTX·도시철도 등 교통 개발 효과 ▲유동성 회귀 ▲‘핵심지 선반영’ 구조 등을 한꺼번에 꼽는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세가격이 뛰고, 공급 공백으로 신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가 강남3·마용성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수·잠실·반포·이촌·한남 등 주요 정비구역의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규제보다 기대심리가 앞서는 구간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전세 불안과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규제를 강화해도 심리는 안정되지 않는다”며 “정책의 초점이 규제 중심에서 공급·전세 안정 같은 근본 문제 해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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