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백제 멸망의 한을 간직한 구전설화, 별신제와 소곡주

2026.03.17 10:10:01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백제가 멸망하고 사비를 중심으로 수 많은 구전 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각 지역에 소정방과 관련된 천방산 은적사 설화, 의자왕을 배웅한 유왕산과 망국의 설움이 서린 한산 소곡주 등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백제의 멸망에 따른 원혼들을 달래기 위한 망배제와 별신제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멸망의 회한을 달래고 있다.


서천 ·부여 지역의 구전설화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하던 전쟁 초기에 당나라군은 배들 타고 기벌포에서 길산천을 따라서 봉선리와 관포리까지 들어오고, 저령이나 마가현을 넘으면 금천을 따라서 사비성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기벌포 초입에 위치한 서천 한산의 건지산성은 부흥군의 본거지였던 주류성으로 알려져 왔고, 주변 지역은 백제와 관련된 유적, 백제군과 나당연합군의 전투의 이야기들이 전해 오고 있다.


봉선리는 기벌포에서 저령가던 길목으로 백제와 당나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다. 봉선리 제사유적은 삼한, 백제, 조선시대까지 제단과 묘역을 조성하고 풍요와 안전을 기원했던 곳이다. 이곳에 백제군은 기벌포에서 길산천을 따라 들어오는 적군을 막을 수 있도록 진을 구축했다. 그 당시 전투를 벌이면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칼과 각종 무기류가 출토되고 있다.

 

 


봉선리와 인접한 벽오리 안장바위는 백제 부흥전쟁에 참여했던 한 장수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장수가 용감히 싸우다가 밀려서 들판에 이르면 말이 항상 울부짖었다. 그러면, 장수는 다시 싸움터에 가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다시 밀려서 돌아오면 말은 그 자리에서 항상 울부짖었다. 전세가 불리하여 말의 행동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되자 그 장수는 눈물을 머금고 아끼던 말을 칼로 쳐서 죽였다. 말이 죽은 후 묻은 자리에서 큰 바위인 안장바위가 솟아올랐다.


사비로 진군하던 소정방이 기벌포에서 큰 풍랑으로 사흘간 진군하지 못했다. 그의 꿈에 한 도승이 “절 천 칸을 짓고 기도하면 풍랑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즉시 봉선리에서 가까운 맞은 편 산에 천간(千間)의 방을 만들어 제사하자 풍랑이 멈추었고, 그 산은 천방산(千方山)으로 불리면서 사비가는 길목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였다.

 

소정방은 신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저령 부근의‘은적사(隱寂寺)’뒷산에 매화나무를 심으면서 이 지역을 은적골(은적굴)로 불렀고 항상 봄에 매화꽃과 앵두꽃이 만발했다. 소정방의 전설을 담은 은적사는 군산과 목포에도 동일한 천방산과 은적사의 설화를 가지고 있다.

 

 

 

백제군은 사비로 들어오는 적을 저령과 마가현 부근에서 막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지역의 명칭으로 ‘살푸쟁이’는 사비가는 길목의 고개의 전쟁터로 붙여진 명칭이다. 마가현은‘장수고개’로 불렸고, 그 아래 구원병이 있었던 ‘구병굴’이 있다.

 

그 아래의 ‘전장촌(전장말)은 부흥군이 끝까지 저항한 싸움터로 알려져 있다. ‘고래기’는 군사들이 깃발을 높이 들고 대열을 짜던 곳이고, ‘매봉산’은 군사들의 깃대가 많이 휘날려서 붙여졌다. 건지산성 부근의 ‘투구봉’과 ‘주마타령’은 부흥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의자왕에 대한 망배제와 별신제

 

백제인들은 당나라로 가던 의자왕을 ‘유왕산(遊王山)’에서 배웅했다. 백제인들이 의자왕을 마지막으로 부르면서 배가 쉬었다(遊王) 가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곳에서 백제인들이 떠나는 왕을 눈물로 지켜보아서 원당산(怨唐山) 또는 당을 향해 활을 쏘아서‘사당산(射唐山)’으로 부르기도한다.

 

그 앞의 ‘망배산(望拜山)’은 유왕산에 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의자왕에게 절한 곳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에서 매년 8월 17일이 되면 백리 안의 부녀자들이 한풀이‘유왕산놀이’를 했고, 후에 유왕정을 건축했다.

 

 

 

은산별신제는 백제부흥운동을 위해 노력했던 도침과 복신을 위한 당제이다. 옛날 은산에 전염병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 노인의 꿈에 복신이 나타나서“전쟁으로 사망한 수 많은 부하의 유골을 잘 수습해주면 역질을 쫓아주겠다.”고 했다. 마을사람들이 뼈를 모아서 묻어주고 제사하니 역질이 없어졌다. 그 때 드린 제사가 별신으로 이후 3년마다 지내고 있다.


별신당은 중앙에 산신도, 좌우에 토진대사(도침)와 복신장군의 영정을 걸어 놓았다. 세습 무녀들이 제1일 나무를 베어오는 진대베기, 제3일 꽃받기, 제5일 별신올리기(상당굿), 제6일부터 9일까지 행군과 축원굿, 제10일 하당굿, 제12일 화주의 독산제, 제13일 장승세우기로 진행한다.

 

별신제는 1930년대까지 서커스단까지 들어오고 학교가 휴교할 정도로 성대하였다. 그러나, 은산장의 쇠퇴로 중단되었다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승을 이어오고 있다(1966년). 1978년부터 짝수 해에 대제(大祭)를 지내고 홀수 해는 소제(小祭)를 지낸다.

 

한산 소곡주

 

무왕이 신하들과 함께 백마강(사비하) 북쪽 포구에서 연회를 베풀었고, 신하들과 함께 소곡주를 마시며 즐거워했다. 술기운이 오르자 직접 북을 치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삼국사기, 636). 일부 고란사 뒤편의 고란초와 약수로 빚었던 술이 소곡주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백제가 멸망하면서 나라 잃은 한을 달래며 하얀(素) 소복을 입고 빚어서 소곡주(素穀酒)라고 붙여진 명칭이다. 백제 유민들이 쌀을 모아 술을 빚어 마시며 나라 잃은 한을 달랬던 기록이 구전으로 전해진다. 소곡주는 그 맛이 너무 뛰어나서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일어날 줄 모른다’하여 '앉은뱅이 술'로 알려져 있다.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주막에서 소곡주를 맛보게 되었고, 그 맛에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시험 날짜를 놓쳐다고 한다.


한산소곡주의 장인 박우달 명장(귀록 대표)은 “천 오백 년 역사의 명품 한산 소곡주가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는 K-푸드가 되고, 전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지방문화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향토문화의 발굴과 소곡주의 대중화를 위하여 ‘한산소곡주 축제’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주로 한산소곡주 생산자가 참가하여는 대규모 행사로 한산소곡주의 역사적 전통과 맛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백제는 무왕 때부터 계속된 전쟁으로 5부 37군 2백성 76만호로 20만여명의 나당연합군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백제가 고구려와 연합하여 신라를 침범하고 이웃과 잘 지내지 않았으며, 천자의 말을 듣지 않아 대국에 죄를 지어 망했다고 했다.

 

백제가 정복당한 후 옛 지역에서 그 한을 나타내는 전설과 풍습 속에서 역사의 진실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백제 직역의 노동요인 ‘긴산유화가’는 백제 멸망의 사연과 한을 담고 있으며, 당으로 끌려간 의자왕을 그리워하며 불렀다. 농사짓는 사내와 베 짜는 여인들이 산유화를 부르면 구룡 지역이 떠나갈 듯 울려 퍼졌다.

 

산유화혜 산유화야 저 꽃 피기 시작하야
저 꽃 지더락 필역하게
산유화혜 산유화야 저 꽃 피어 번화함을 자랑마라.
구십춘광 잠깐 간다
취영봉에 달 뜨고 사비강에 달이 진다
저 달 떠서 들에 나와 저 달 져서 집에 돌아 간다
부소산 높아 있고 구룡포 깊어 있다
부소산도 평지되고 구룡포도 평원되니
얼널널 상사 뒤 어여되여 상사 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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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신구대 교수 eserv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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