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수의 기업신용등급] ENTP 성향의 시장개척자, 마켓컬리의 신용등급

2026.04.08 07:59:31

 

(조세금융신문=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 새벽배송이 만든 혁신, 그리고 신용의 변동성

 

컬리(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이라는 생활 리듬을 만들어 유통의 지도를 다시 그린 기업이다. 배송을 단순 운송이 아니라 신뢰의 경험으로 설계했고, 그 결과 한국 이커머스 경쟁의 기준선을 끌어올렸다. 이 혁신의 대가가 바로 신용의 언어로 번역된 변동성이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과거 B+에 머물다 최근 BB+로 올라선 모습을 보면, 시장이 컬리의 체질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아직까지 안전자산은 아니다”로 해석하고 있음을 함축한다.

 

최근 마켓컬리의 경영 MBTI를 한 가지로 요약하면 ENTP에 가깝다. 규칙을 지키기보다 규칙을 새로 만드는 발명가형 성향이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고객의 감각을 설득하며, 산업의 관성을 흔든다. 다만 ENTP의 그늘은 ‘확장 속도’가 ‘수익 구조’보다 앞설 때 생긴다.

 

새벽배송은 냉장‧냉동 풀콜드체인, 피킹 효율, 라스트마일 최적화가 동시에 맞물려야 성립한다. 컬리가 수리적 최적화로 물류를 고도화해 왔다는 사례는 이 회사가 감각만으로 달려온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통에서 기술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결국 신용은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요구한다.

 

◇ 손실 축소와 흑자 가능성, 구조 개선의 신호

 

최근 흐름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2023년에는 매출 성장은 이어가되 손실을 줄이는 국면이 보도되었고 2024년 3분기에는 영업손실이 크게 축소되며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됐다. 더 나아가 2025년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신용등급이 BB+로 상향된 맥락을 ‘구조 개선의 신호’로 읽을 여지는 여기 있다. 다만 한 번의 흑자나 분기 개선은 ‘체질’이라기보다 ‘증상 호전’일 수 있다. 체질이 되려면 반복 가능한 원가 구조와 재구매 기반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물론 3월 법인 결산이 끝나고 나면, 등급은 또 달라질 수 있다.

 

◇ ENTP의 창의에 규율을 더한 경영 전략

 

대표이사 김슬아 체제의 컬리가 지금부터 채택해야 할 경영스타일은, ENTP의 창의에 ISTJ의 규율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즉, 실험을 멈추지 않되 실험의 규칙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상품 다각화”가 답처럼 들리지만, 필자가 마켓컬리의 경영관리를 자문한다면 처방은 더 구조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첫째, 신용을 올리는 핵심 KPI를 매출이 아니라 주문당 공헌이익, 회수기간, 냉장 가동률 같은 운영지표로 재설계해야한다. 신용평가가 좋아하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며, 예측 가능성은 운영지표에서 나온다. 컬리의 강점인 데이터 기반 운영을 신용의 언어로 재구성하면, 시장은 “유통 스타트업”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설명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라본다.

 

둘째, 성장의 방향을 더 넓게가 아니라 더 정밀하게로 바꾼다. 컬리가 럭셔리 등으로 품목을 확장하며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흐름은 이미 관찰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확장 자체가 아니라, 컬리 브랜드가 약속해 온 신선도와 큐레이션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객단가와 마진을 올리는 ‘브랜드 회계’다. 브랜드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지만, 그 자산은 관리하지 않으면 감가상각된다.

 

셋째, 물류를 비용센터가 아니라 외부수익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선택지를 검토한다. 최근 네이버와의 협업, 콜드체인 허브 개방, 3PL 등 물류 활용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은 “유휴역량의 수익화”라는 점에서 신용에 우호적이다. 컬리가 직접 만든 새벽배송 인프라를 ‘업계 표준’으로 수출할 수 있다면, 성장의 변동성은 낮아지고 신용의 바닥은 단단해지게 될 것이다.

 

◇ “더 빨리”가 아닌 “더 오래”를 위한 지도

 

만약 컬리가 실제 사람이라면, 새로운 길을 먼저 내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기획자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늘 다음 프로젝트를 바라보느라, 오늘의 장부가 내일의 발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끔 잊는 사람이다.

 

지금 컬리에게 필요한 지도는 “더 빨리”가 아니라 “더 오래”를 위한 지도다. BB+는 칭찬이 아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숙제를 풀어내면, 컬리는 ‘시장 구조를 바꾼 기업’에서 ‘시장 구조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프로필] 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현)한국외국어대학교 도시 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본부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현)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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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shoefac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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