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외국인 근로자 내몰고 금값된 과일값…작년 물가정책 ‘복붙’

2024.01.16 18:24:34

기상이변으로 과일 생산량 급감…수확할 사람 없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일손 단절시킨 법무부
작년 추석때도 할인지원금 늘렸지만 과일값 요지부동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명절 과일값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지난 15일 기준 사과 10kg 도매가격은 8만8920원으로 1년 전(4만316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후지‧상품).

 

15일 배 도매가격도 7만5640원으로 1년 전(4만4930원)보다 68.4%나 뛰었다(신고‧상품).

 

명절을 앞두고 지난 한 달 간 사과‧배 상승세 각각 9.5%, 배는 11.0%나 기록했다.

 


가격 폭등에는 생산량 감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 12월 22일 통계청 생산량조사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30.3% 줄었고, 배도 18만4000톤으로 같은 기간 26.8%나 감소했다.

 

정부는 수확량 감소 이유로 지난해 기상이변을 들고 있다. 대부분 언론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유통업계와 농가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온다. 농가에 일손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말대로 날씨 탓이 있기는 하지만 과수농가에 일손이 없는 것도 심각하다. 정부가 작년에 외국인 노동자들 단속을 강화하니까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른 돈 되는 곳으로 가버렸다.” (과수농가 A씨)

 

“정부에서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을 한 다음부터 농가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과일 딸 때 사람을 못 구해 일가친척까지 동원하는 농가도 있다.” (유통업자 B씨)

 

 

◇ 불안정한 일손 수급…못 박은 법무부 단속

 

정부는 이들의 주장이 설령 사실이어도 일부 농가에 해당하며, 과수농가의 전반이 노동력 부족 상태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다.

 

과수농가는 농활기와 농번기가 나뉘어 있다. 고정적으로 다수 인력을 두기보다는 평시에는 필요한 인력만 두고 있다가 수확기 등 일손이 필요할 때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쓰게 된다.

 

농촌경제연구소가 2021년 6월 발표한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 연구에 따르면 과수농가를 포함한 작물재배농가 91%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경험이 있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측은, 과수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20%가 고용허가제(정부 관리), 30%가 계절노동자(지자체 자율협약), 50%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거듭 착수했다. 단속에서 적발된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추방, 농가에는 벌과금을 부과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허가받은 업체‧업종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일하고 있다. 착취나 낮은 보수 때문이다.

 

모 지역의 재배농가 수확기에 지자체가 나서서 15만원까지 솟구쳤던 외국인 근로자 일당을 11만원으로 통일하자는 캠페인을 한 결과, 외국인 일손들이 지원하지 않았던 사례 보고도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법무부 단속이 불안정한 농가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단속을 하면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단속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농가에도 제재를 가한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제 과수농가에서 얼마나 이탈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대적인 단속이) 과수 농가의 인력수급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활동가) 

 

 

◇ 사실상 실패했던 물가 정책 ‘되풀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안정 대책을 통해 과일값을 최대 60%나 내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사과나 배는 수입이 안 되고 철저히 국내 물량에 의존하기에 공급량, 생산량 해소 외에 대책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16일 발표한 물가 대책은 ▲사과‧배 출하 독려 ▲소매업체 할인 세금 지원 ▲소매업계의 자발적 가격인하 협조 정도다.

 

비슷한 방법은 이미 지난해 추석 때 전임자인 추경호 전 부총리도 써본 적이 있다. 300억원 수준(2023년 설 대책)이었던 농축산물 할인지원금을 670억원(2023년 추석 대책)까지 늘리고, 사과‧배 출하를 독려한 바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물가안정 보도자료가 발표된 9월 15일 기준 사과 10kg 도매가격은 8만3460원이었으나, 추석이 시작되는 9월 23일에는 10만2000원으로 꾸준히 올라갔다. 추석이 끝난 후에도 가격은 8만원대 후반~9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렀다(홍로‧상품, 8~9월에는 홍로만 집계에 잡힘).

 

배 10kg 도매가격의 경우 지난해 9월 15일 6만1180원에서 9월 22일 6만4480원으로 올랐고, 9월 23일 5만8800원으로 잠깐 내려갔지만, 9월 25일 곧바로 6만3000원대를 회복, 10월 초까지 6만원대 후반에 머물렀다. 10월 초~11월초까지 약 한 달간 5만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배 도매가격은 올해 1월 7만원대 중반까지 쭈욱 상승했다(신고‧상품).

 

정책으로 인한 인하 효과는 딱히 포착되지 않은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 일손 부족이 실제 과일 생산량 감소에 어느 정도 손해를 미쳤는지는 명확하진 않고, 아직 정부 정책 초기인 만큼 결과는 끝까지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면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과일 생산량이 줄어도 농가들은 손해를 별로 안 본다. 수확량 줄어도 가격을 올려 팔면 되니까 예전보다 일이 줄고 돈은 돈 대로 벌어서 좋다는 농가도 봤다. 소비자만 부담이 커졌다.”

(업자 C씨)

 

한편, 2021년 폭염으로 추석 과일값이 폭등할 때 일부 대형 언론에서는 공급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 노동자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와 지난해에는 이러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곳이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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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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