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정부가 초래한 법인세 펑크 사태…서민지원 삭감 후폭풍 온다

2023.04.10 15:38:24

세율‧세액공제‧해외자회사 배당금 비과세…기업감세 총력전
‘보유세는 2021년 이전’ 尹의 공약
승용차 개소세는 규모 미약…서민지원 삭감‧유류세 인상 전망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의 법인세 감세는 조직적이고, 고의적이었다.

 

대기업 세율을 낮추고, 세액공제를 수조 단위로 올렸다. 여기에 해외자회사 배당금 비과세를 통해 국내외 이익분여를 통한 구멍을 만들어줬다. 부동산 보유세를 토막 낸 것도 덧붙였다.

 

정부는 재정이 악화되자 건전 재정을 명분으로 근로장려금 등 서민 지원을 줄이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유류세 이하 조치도 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추경호, 왜 세수펑크 가능성 시인했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시작한 지 겨우 3개월만에 세수 펑크 가능성을 시인한 셈인데 왜 지금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지에 대해 추정할 단서가 있다.

 

세금 실적 악화 이야기는 1월에도 나왔는데 당시 정부 내에서는 3월 법인세 실적까지 보고 진단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 실적에 대해 올해 내는 세금인데 전년도 법인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 임금상승률에 제한을 뒀을 테니 올해 근로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근로소득이 위축된다면 자산소득이 늘어날 리가 없고, 기업도 안 좋고 근로자도 안 좋으면 부가가치세가 무너진다.

 

따라서 3월 법인세 납부실적은 대단히 중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펑크를 가릴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상실했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15%, 순이익은 –17%, 코스닥 상장사는 영업이익은 8.1% 올랐지만, 순이익은 –14.5%를 기록했다. 세금은 영업이익에서 대출이자 등 자금 상황을 뺀 순이익을 따라간다.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두 자릿수로 날아갔다는 것은 3월 법인세 실적은 끝났다는 것이며, 1월 부가가치세는 2기 확정신고는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다.

 

 

◇ 철저한 부자‧토건 감세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경제상황을 볼 때 세수펑크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첫 번째는 무역정책의 완벽한 실패다. 외교 실패로 수출입 전선에서 최대 전역이던 중국 전선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이로 인한 법인 실적 저하 전망이 불가피했다.

 

글로벌 저금리를 타고 오른 광기의 부동산‧주식 상승장이 끝나면서 부동산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문제는 정부의 의도적 부자 감세다.

 

시세 하락이 도래할 때, 부동산 세력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보유세다.

 

상승기에는 사람들이 은행에서 저금리로 빌린 돈다발 덕택에 보유세를 무시할 수 있었다. 금리도 끝나고 가격상승도 끝나면, 그동안 빨아 먹었던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그 중요한 시기에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유세를 깎아줬다. 2주택자 중과세 폐지, 다주택자 세금 감세, 최고 한도로 종부세 비율공제(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이 그 수단이었다.

 

보유세 감세 행진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월 23일 2023년분 아파트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자리에서 재산세와 종부세 걱정하지 말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8.61% 깎은 덕분에 재산세‧종부세‧건강보험료 부담이 2021년 부동산 급락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고 강조했다. 2021년도로의 회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인수위 핵심 정책이기도 했다.

 

땅값도 내렸다. 아파트에 가려져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땅값은 아파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 공시지가도 올해 5.95%를 내렸다. 전국 보유세의 과반을 걷는 서울의 경우 공시지가는 –8.55%,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7.30% 내려갔다.

 

 

◇ 육‧해‧공 법인세 인하 총력전

 

보유세 못지않게 심각한 건 대기업 감세다. 정부의 대기업 감세 전략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육‧해‧공 총력전에 비견된다.

 

일단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다. 25%에서 24%로 낮춘 건데 여기에 해당되려면 국내 상위 100대 기업쯤은 돼야 가능할까말까 한다.

 

반도체 세액공제(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대폭 끌어 올렸다.

 

수출 대기업들은 해외 경쟁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술과 장비를 매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게 이들 세액공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법안 하나로 삼성전자의 세액공제 이익은 3조2000억원, SK하이닉스는 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차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에 포함되면 3대 재벌에 세액공제로만 뿌리는 세금은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세액공제는 어떻게 보면 법인세율 인하보다 더 파격적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공제가 초과될 경우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지만, 적자 기업은 이렇게 받아둔 공제를 결손공제로 쌓았다가 10년에 걸쳐 나중에 받고 싶을 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은 10%, 20%, 22%, 24% 구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나중에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적자 시절 쌓아뒀던 공제를 흑자 시절에 사용해 24% 세금을 낼 걸 22%로 줄일 수 있다. 대신 국가재정은 크게 줄어든다.

 

또 하나의 악성종양은 해외자회사 배당금 비과세다.

 

국내 수출 재벌들은 해외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어 국내 기업을 적자로 만들 수 있다. ‘국내기업 적자로 만들고 해외자회사에 부를 축적’ 수법은 과거 회계감사가 미약했던 1970~1990년대 부패경제 시절에나 볼 법한 수법이다.

 

 

현재는 해외계열사에 몰아준다고 해서 전혀 세금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도라 같은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드는 등 수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돈을 쓰고 싶으면 해외자회사에 쌓아둔 돈을 배당금으로 당겨야 하며. 이 배당금에 세금을 물리게 되면 수법에 큰 제약이 생긴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여당은 속전속결로 해외자회사 배당금 비과세 법안을 통과시켜 놨다.

 

이 법안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는 올해 1~2월 해외배당금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배당금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급인 배당금이 81.8억 달러(10조8000억원)로 지난해 18.4억달러(2조4300억원)의 4.4배나 솟구쳤다. 여기에 15.4%로만 과세했어도 약 1조6600억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비과세다.

 

 

 

◇ 결단은 없다

 

여론 일각에선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철회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종합부동산세 정상화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이중 유류세 이외에 별다른 효과가 있는 조치는 없다.

 

기재부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추경호 부총리가 휘발유 유류세 인하를 줄일 때 때되면 경유도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기에 시간문제로 추정된다.

 

다만, 정유 3사의 막대한 이익을 감안할 때 인하조치를 종료할 지는 미지수다. 인하할 경우 화물차 지입차주들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데 서민에 현금성 서민지원과 화물연대에 적대적인 현 정부 성격을 볼 때 지원가능성은 높지 않다.

 

승용차 개별소비세는 거론할 가치가 없다. 승용차 개소세 감면액은 잘해봐야 1년에 1000억원 밖에 안 된다.

 

종합부동산세도 의미없다. 이미 정부는 원희룡 장관까지 나와서 ‘종부세, 2021 어게인’을 외쳤다. 현재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올린다는 것이 거론되는 데 이는 이미 3월 23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됐을 때 나왔던 이야기다. 80%로 해줘도 2021 어게인이 충분히 가능한 데 60%까지 해주면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세금이 급감한다는 이야기다.

 

 

◇ 착실히 삭감 검토하는 서민지원

 

쓸 돈이 없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정부는 대기업‧부동산에 대한 지출을 줄일 생각이 없고, 남은 건 서민지원 뿐이다.

 

정부는 근로장려금, 월세액 세액공제, 무주택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등 대표적인 서민지원 정책들은 착실히 삭감 검토하고 있다.

 

이들 항목들은 올해 조세지출 심층평가가 됐는데, 심층평가란 정부 세금지원의 폐지나 삭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밑 작업이다.

 

따진 결과 폐지‧삭감‧개편 사유가 없다는 것이 증명돼야 현행 유지가 가능하다.

 

이중 월세액 세액공제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시절 두 배로 올려놓겠다고 공약한 건이었다.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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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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