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세무사 시험③] 세무사 시험 문제없다고? 망친 시험설계‧공무원 특혜

2022.02.18 06:03:16

표준점수 부재‧선택과목 효과‧극단의 과목난이도…트리플 악재 폭발
수능 수험생도 아는 원점수 시험의 모순, 공단은 몰랐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관련 채점, 출제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밝혀진 바 없으며, 자세한 사항은 고용노동부 특별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원계와 시험응시자, 세무사들은 세무사 2차 시험의 심각한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 완전히 망친 시험설계…高득점자 격차 무려 609배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은 설계가 완전히 잘못됐다.

 

세무사 시험은 채점하고 나온 원래 점수(원점수)를 그대로 더해서 가장 점수가 잘 나온 사람 순으로 당락을 가른다.

 


반면 수능은 어려운 과목에는 점수를 더 얹어주고 쉬운 과목에는 점수를 빼준다(표준점수). 시험출제를 하다보면 과목당 난이도 격차가 안 발생할 수가 없고, 선택과목간 격차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무사 시험은 이러한 과목별 난이도 조정이 없기에 과목 당 1점, 1점이 서로 대등하고, 따라서 과목당 난이도가 크게 벌어지면 안 된다.

 

그런데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은 과목별 60점 이상 고득점자 수가 무려 최대 609배나 벌어졌다. 최악의 난이도 조정 오류다.

 

 

 

 

위 표와 그래프는 시험 운영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프에서 가장 볼록 솟구친 곳(득점자들이 가장 많이 쏠린 지역)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쪽(난이도)에 쏠려 있느냐, 그리고 얼마가 높이 솟구쳤느냐(분포)에 따라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왼쪽(고득점)으로 갈수록 쉬운데, 오른쪽(저득점)에서 높은 그래프가 형성됐다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만일 난이도 조정을 제대로 했다면 4색의 그래프는 볼록 솟구친 지점이 서로 인근 지역에 모여 있을 것이고, 높낮이도 서로 비슷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의 과목별 그래프는 위와 같이 중구난방으로 벌어졌다.

 

회계학 1부(빨간색)는 오른쪽(고득점쪽)으로 솟구쳐 매우 난이도가 쉬웠고, 왼쪽(저득점쪽)으로 쏠린 세법학 1부(파란색)는 극히 어려웠다.

 

득점자 비중을 보면 60점 이상 고득점자가 회계학 1부에서는 전체 응시자의 66.3%, 세법학 1부에서는 0.1%에 불과했다.

 

노란색(회계학 2부)과 녹색(세법학 2부)의 차이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노란색의 높이는 녹색보다 낮고, 그래프 경사도 완만하다. 이는 녹색의 난이도가 노란색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뜻이다. 실제 녹색(세법학 2부)의 고득점자 비중은 겨우 1.1%, 반면 노란색(회계학 2부)은 12.64%로 12배 이상이나 차이났다.

 

세무사 시험은 원점수를 쓰는 시험, 그것도 일부 서술식 문항이 있는 시험이다. 그런 시험에서 과목별 격차가 들쭉날쭉했다는 것은 출제‧채점 모두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동시 폭발한 트리플 악재

 

원점수 평가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모든 응시자가, 모든 과목에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경력 세무공무원은 일부 과목이 면제됐다. 세법학을 누군 보고(일반 응시자), 누군 안 보는(경력 공무원) 탓에 선택과목 효과가 발생했다.

 

선택과목이 있는 시험은 수능처럼 난이도별 점수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거 논란이 크지 않았던 것은 경력 공무원 합격자 수가 10명, 20명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2차 시험에서 합격자 706명인 중 무려 151개를 경력공무원이 싹쓸이했다.

 

그리고 극단적 과목별 난이도, 표준점수 부재, 경력 공무원 면제 등 트리플 쌍끌이 모순이 일반응시자들을 덮쳤다. 반발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인 것이다.

 

응시자들과 학원업계에서는 세무사 시험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과거에는 봉합하고 넘어갔다고 전한다. 당시에는 공단이 내부적으로 과목별 유불리를 후채점, 재채점을 통해 과락자를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정 과목이 지나치게 어려워 40점 미만 과락자가 대거 발생하면, 그해 시험운영은 망한 수준을 넘어서 시험파동사태가 일어난다.

 

공단은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모의시험을 쳐서 예측점수를 뽑고 이에 따라 채점기준을 세운다고 알려졌다. 논술형은 채점자의 주관에 따라 박하게도 또는 후하게도 점수를 줄 수 있는데 예상 평균점수 분포를 조정하기 안성맞춤이다. 회계학 1, 2부는 주로 계산문제고, 세법학 1, 2부는 논술형 문제다.

 

일부 응시자들은 과거 출제‧채점위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재채점, 후채점을 언급한 바 있다고 전한다. 1차 채점 결과에 따라 다시 채점해 과락수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공단은 후채점에 대해 규정에 없는 일이라고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원점수 시험운영진이 과목간 조정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출제나 채점이 너무 훌륭했거나 운영진이 내재된 모순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셈이 된다.

 

 

세무사 시험은 문제가 없었던 시험이었을까.

 

2005년 43회 시험의 경우 영어문제 오류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경질됐다. 그러면서 세무사 시험 운영이 국세청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넘어갔다. 2019년 56회 시험에서는 합격 통보를 받은 1명이 불합격 처리, 불합격 통보를 받은 2명이 합격하는 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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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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