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반도체만 웃고…한국 제조업, 美中 의존과 융합 부진 ‘이중 위기’

2025.05.28 11:04:00

수출 줄었지만 반도체만 증가…미·중 의존도 최고 수준, 서비스 융합도 ‘낙제점’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단순 제품보다 서비스 결합된 수출 더 안정적"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유일하게 반도체만 수출 증가를 보여 제조업의 구조적 편중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유일하게 반도체만 수출 증가를 보여 제조업의 구조적 편중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2025년 5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유일하게 반도체 수출만 증가하면서 제조업의 구조적 편중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시에 한국 제조업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여기에 제조업 전반의 서비스 융합이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근본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가 수출 버팀목…다른 품목은 ‘전패’
관세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5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입 잠정치에 따르면, 전체 수출은 32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고, 수입은 322억달러로 2.5% 감소해 무역수지는 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17.3%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2.7%로 확대됐다. 반면, 승용차(-6.3%), 석유제품(-24.1%), 자동차 부품(-10.7%), 철강제품(-12.1%) 등 제조업 전통 주력 품목은 줄줄이 감소했다.

 

이는 고성능 메모리(HBM), AI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은 글로벌 소비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고금리 여파 등의 악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수요 의존도 세계 최고…“충격 흡수력 낮아”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국 제조업의 미중 수요 의존도가 24.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17.5%), 독일(15.8%) 등 주요 제조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국내총생산(GDP) 중 58.4%가 해외 수요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이 13.7%, 중국이 10.8%를 차지해 양국 의존도가 절대적임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양국의 경제 상황이 동시에 악화되거나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경우, 한국 제조업은 경쟁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5월 수출에서도 미국(-14.6%), 중국(-7.2%) 수출이 모두 감소한 것이 확인되면서 우려를 뒷받침했다.

 

서비스 융합 부진…‘기술만 있고 비즈니스는 없다’
한국무역협회 김무현 수석연구원이 발간한 '제조-서비스 융합 진단 및 수출 확대 방안'보고서에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은 높은 R&D 투자와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서비스 융합 능력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제조업 기반 수출이 여전히 ‘완제품 중심의 일방향 거래’에 머무르고 있으며, 유지보수, 원격진단, 데이터 분석 등 서비스형 비즈니스 모델이 대기업 일부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으로의 확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제품-서비스 연계의 글로벌 경쟁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수출국 다변화와 융합 전략 동시에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수출 시장의 지역적 다변화와 함께 산업 내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가 일시적인 호재에 기대고 있는 만큼, 다른 산업의 체질 개선 없이는 산업 전반의 성장 지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주요 수출 품목에 SaaS(Software as a Service), 스마트유지보수 등 서비스 기능을 결합한 고부가가치화 추진. 둘째, 수출 인프라를 ‘물류 중심’에서 ‘디지털 고객지원 중심’으로 전환. 셋째, 중소기업의 융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협업 플랫폼 확대다.

 

보고서는 “수출 다변화와 서비스화 없이는 반도체 이외의 산업은 반복적인 불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정책의 무게 중심을 기술개발에서 ‘서비스화 연계’로 옮겨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신무역전략실 수석연구원

▲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신무역전략실 수석연구원

김무현 연구원 “유지보수·IT 융합이 수출의 미래…정부 중장기 전략 절실”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신무역전략실 수석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독일과 일본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서비스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도 제조업에 서비스 요소를 융합해 수출로 전환하는 데 미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선업이나 항공업에서의 MRO(유지보수) 산업이 대표적인 성장 사례라고 언급했다. “선박 수출 가격의 60~70%가 유지보수 수익에서 발생할 만큼, 단순 제품보다 서비스와 결합된 수출이 더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반도체, 철강, 기계 등 대부분의 제조업도 유지보수나 데이터 기반 솔루션과 같은 후속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정책이 단기성과 위주로 바뀌는 경향이 크다”며 “제조-서비스 융합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IT 기반 서비스 수출이 공정률 기준 지급 방식으로 인한 대금 미회수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무역보험공사 등 제도적 보완과 수출 보험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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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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