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서울본부세관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코카인 1.7톤 해양 밀수 사건결과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압수된 코카인은 약 5700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으로, 대한민국 영해가 국제 마약 유통 경로로 활용되고 있음이 드러난 초유의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2일, 강릉 옥계항에 입항한 화물선 L호(3만2천톤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첩보에 따라 90여 명의 수사요원과 마약탐지견 2두가 투입된 정밀 수색에서 선박 격벽 내 은닉 공간에서 코카인 블록 1690개(총 1.7톤)가 발견됐다.

 

합동수사단(단장 신경진 총경)은 선원 2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8명의 가담자를 특정했으며, 이 중 4명은 구속 송치, 나머지 4명은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울세관과 해경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올해 2월 페루 해역에서 마약카르텔 조직원 10여 명이 탑승한 보트와 접선, 코카인 자루 56개(총 1.7톤)를 선적한 뒤 파나마를 거쳐 동아시아로 이동했다.

 

일본·중국·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드랍앤픽업(DROP & PICK UP)’ 방식으로 해상에 마약을 투기한 뒤 제3의 선박이 수거하는 방식의 밀수가 시도됐으나, 기상 악화 등으로 모두 실패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옥계항을 출항한 뒤 또 한 번의 하역을 시도하려던 이들의 계획은 세관과 해경의 합동작전에 의해 전면 차단됐다.

 

압수된 마약은 모두 가로 10cm, 세로 6cm, 높이 1.7cm의 비닐 포장 블록형태이며, 1kg 단위 1,690개로 구성돼 있었다. 포장지를 포함한 총 중량은 1,988.67kg에 달했다.

 

신경진 단장은 “이번 사건은 국제 마약카르텔의 조직적 시도가 국내 해역에서 실제로 전개된 사례로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한민국 영해가 마약 밀수 루트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제 공조 수사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 합동 마약 단속 작전의 필요성도 재확인되고 있다.

 

최문기 관세청 국제조사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마약을 재배하거나 제조하지 않고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출발지에서부터 조직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토안보수사국(HSI)등과의 공조는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독일, 네덜란드 등과의 합동 단속 작전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마약 유통 정보를 공유받고, 우리도 통제배달(Controlled Delivery)을 통해 해외 발송지 조직 추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는 지난해부터 연례 합동작전을 시작했으며, 올해 6월 두 번째 작전에 착수할 예정이다. 태국과는 4회, 말레이시아·베트남과는 각각 2회째 합동작전을 수행 중이다.

 

최 과장은 “과거 멕시코 마약카르텔 조직도 미국과의 협조로 발송지에서 단속한 전례가 있다”면서, “향후 마약공급국과의 실질적 협조체계를 통해 국내로의 유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세관과 해경은 이번 수사에서 확보한 GPS 항로, DNA·지문 정보, 마약 포장물 분석 결과를 미국 마약단속국(DEA),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 인터폴과 공유하며 국제 마약조직 추적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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