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전국 지역주택조합을 점검한 결과, 공사비 증액 요구와 불공정 계약 등 위법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지자체,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지난 7월 11일부터 8월 22일까지 특별합동점검 결과를 10일 밝혔다. 또 지자체가 별도로 전체 618개 조합 중 396곳을 점검한 결과, 252곳에서 총 641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점검 결과, 8곳 중 4곳에서 계약서상 근거 없이 시공사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수십억~수백억원 규모의 증액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A조합 시공사는 934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근거 없는 항목이 포함돼 협상 끝에 474억원으로 조정됐고, B조합은 요구액 212억원 중 33억원이 부당 항목으로 지적됐다. C조합과 D조합 역시 각각 27억원, 166억원 규모의 부당 증액 요구가 확인됐다.
특히 모든 점검 대상 조합에서 탈퇴 시 납입금 환불을 금지하거나, 시공사 배상책임을 배제하는 등 조합원에게 불리한 계약 조항이 운영됐다. 일부 계약서에는 조합원 인감을 조합이 임의로 사용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까지 포함돼 약관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공사비 조정을 권고했고, 공정위는 약관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절차에 착수했다.
분쟁조정 지원을 통해 사업 정상화를 이끈 사례도 있었다. B조합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입주가 지연됐으나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했고, C조합은 시공사 법정관리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내규 개정을 통해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80%에서 100%로 상향 적용받아 사업이 재개됐다.
지자체 전수점검에서는 정보공개 미흡(197건)이 가장 많았고, 가입계약서 작성 부적정(52건), 허위·과장광고(33건) 등도 적발됐다. 현재까지 시정명령 280건, 과태료 22건 등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며, 업무대행사 자격 위반 등 중대한 70건은 형사고발 절차가 추진된다.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미점검 조합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초 조합원 모집 단계부터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 부실조합 발생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여러 유형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관리·감독으로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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