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한두 달 지나면 (환율은)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던 중 이재명 대통령의 환율 하락 언급까지 나오자 한동안 지속되던 ‘달러 사재기’ 열풍이 정점을 찍고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 수준과 시점이 직접 언급된 것은 외환 당국이 급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 달러 투기 수요를 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632억483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56억8천157만달러)보다 24억7천674만달러(3.8%) 감소했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인데, 이 예금 잔액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두 달 연속 급증하다 이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전체 달러예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예금 잔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작년 10월말 443억2454만달러, 11월말 465억7011만달러, 12월말 524억1643만달러 등으로 늘다가 이달 22일 498억3006만달러로 급감했다.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당국의 달러 현물 매도 권고와 함께 환율이 고점 부근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개인 달러예금 잔액의 경우 지난해 7월 말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늘었으나,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 개인들의 잔액은 지난달 말 132억6천513만달러에서 이달 22일 133억7천477만달러로 1억964만달러 늘었다.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10억9천871만달러 급증한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달러 환전 수요도 둔화하는 흐름이다. 5대 은행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총 3억6천382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1천654만달러로, 지난해 일평균 환전액(1천18만달러)보다 50%가량 많았다.
다만, 같은 기간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도 일평균 52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일평균 환전액(378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그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달러 매도가 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환율 하락 언급이 나온 지난 21일에는 원→달러 환전이 2천109만달러로 뛰었지만, 달러→원 환전도 759만달러에 달했다. 환율 상승세가 점차 잦아들면 기업과 개인의 달러 매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향후 환율 전망과 관련, "국민연금 자산 배분 비중 변경과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을 고려하면 1,480원 중반의 환율이 고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환 재테크'가 주춤한 가운데 '금(金)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이달 22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총 2조1천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조9천296억원)보다 2천198억원(11.4%) 증가했다. 하나·NH농협은행은 이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3월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 2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불과 10개월 만에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금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한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골드뱅킹 잔액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 상품이 최근 더 인기를 끈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 간에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국제 금 가격은 전날 장중 온스당 4천988.17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4년 27% 오른 데 이어 지난해 65%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랠리를 지속 중이다.
은행을 통해 금 현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골드바 상품도 인기다. 5대 은행에서 이달 1∼22일 판매된 골드바는 총 716억7천311만원어치로 집계됐다. 지난달 월간 판매액(350억587만원)의 2배 수준이다. 실버바의 경우 가격 급등에 따른 품귀 현상 때문에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우리은행은 금 투자와 관련, "금 가격이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5∼20% 내외로 장기 관점에서 보유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NH농협은행 역시 "역사적 고점을 지속 갱신하고 있어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연간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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