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라벨은 ‘러닝화’인데…세관이 ‘패션화’로 본 까닭은?

2025.10.15 07:45:09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농구화·러닝화 등 운동화가 관세율표상 ‘운동용 신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운동용 신발로 인정되면 FTA 협정관세율 적용으로 사실상 관세가 0%지만, ‘기타 신발’로 분류되면 기본 관세율 약 16%가 부과된다.

 

쟁점 물품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수입된 각종 운동화다. 업체는 수입 신고 당시 품목번호를 ‘테니스화·농구화·체조화·훈련화와 이와 유사한 것’(HSK 6402.99-2000 등)으로 기재해 낮은 협정관세율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세관은 사후심사에서 해당 신발들을 ‘기타 신발’(HSK 6402.99-9000 등)로 재분류하고 관세·부가가치세·가산세를 추징했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2021년 1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운동용 신발'과 관세율표 분류 기준

 


관세율표상 ‘운동용 신발’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스파이크, 징(stops) 등의 특수 장치를 부착했거나 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스포츠 활동용 신발’ 또는 ‘스케이트화·스키화·레슬링화·권투화·사이클화 등 특정 스포츠에 사용하는 신발’만을 운동용 신발로 본다. 다시 말해 단순히 겉모습이 운동화라고 해서 모두 운동용 신발로 분류되지 않는다.

 

◆ 업체 "스포츠용 설계·테스트 완료… '운동용 신발' 맞다"

 

업체는 쟁점 신발들이 본래 농구 경기나 러닝 등 특정 스포츠 활동을 위해 설계·제작된 제품이므로 당연히 운동용 신발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 라벨에는 ‘농구화’ 또는 ‘러닝화’로 표시돼 있으며, 프로 선수 착용 테스트와 물성 테스트 등 기능 검증을 거쳐 출시된 점을 강조했다.

 

업체는 또 ‘테니스화·농구화·체조화·훈련화와 이와 유사한 것’의 명확한 국내 기준이 부재하므로 해외 분류 관행을 참조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운동화 형태의 신발 전반을 폭넓게 운동용으로 포함하므로, 쟁점 신발도 해당 범주라는 취지다.

 

아울러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신발을 ‘라이프스타일’로 분류한 것은 마케팅상의 편의일 뿐 제품 기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운동 카테고리와 라이프스타일 두 곳에 동시에 등록돼 있어 사이트 분류를 근거로 한 세관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업체는 “운동용 신발 정의가 불명확해 세관 내부에서도 질의가 오갔다”며 이번 건은 고의적 탈세가 아닌 단순 품목분류 착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가산세를 면제하고, 추가 납부세액에 대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세관 “특정 스포츠 전용성 부족…‘기능성 일상화’에 해당”

 

반면 세관은 관세율표상 ‘운동용 신발’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단순히 운동에 편리한 기능이 있다고 해서 운동용으로 볼 수 없으며, 특정 스포츠 종목의 격렬한 동작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신발만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세관은 이번 쟁점 신발들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체 웹사이트에서 운동용으로 분류돼 판매 중인 농구화·러닝화들과 비교하면, 쟁점 신발들은 소재와 디자인부터 큰 차이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진짜 농구화는 통풍성과 경량화를 위해 갑피(신발 윗부분)를 합성섬유로 제작하고 밑창 패턴도 급정거·급변향에 맞게 복잡하게 설계된다. 반면 쟁점 신발(농구화로 주장된 제품)은 갑피 재질이 가죽이고 밑창 모양도 단순해 격렬한 농구 동작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닝화 역시 통기성과 경량화를 위한 메쉬 소재와 추진력 구조를 갖춰야 하지만, 쟁점 신발(러닝화로 주장된 제품)은 그러한 특징이 부족해 일상용 패션 운동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관은 과거 국내외 유사 사례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발들은 모두 ‘기타 신발’로 분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세관은 특히 업체가 2019~2020년 사전 품목분류 심사에서 해당 신발이 일반 신발로 분류된다는 회신을 받고도 일부 물품만 수정신고하고 나머지 물량은 계속 낮은 세율로 수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업체 측 과실이 명백하므로 추징 세액에 대한 가산세 부과도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사후에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이는 납세자 잘못으로 추가 납부하게 된 세금이므로 부가세 환급용 세금계산서(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조세심판원 "운동용 저세율 혜택, 진짜 스포츠화에 한정"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관세법이 운동용 신발과 기타 신발을 구분해 운동용 신발에만 특별히 낮은 세율 혜택을 주는 취지에 주목했다. 법의 취지는 특정 스포츠에 적합한 전문 장비 수준의 신발을 지원하는데 있으며, 일반 기능성 운동화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 라벨에 농구화·러닝화 용도가 기재됐다는 업체 주장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제품 라벨 표기만으로 품목분류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물품의 객관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판원은 업체에 가산세를 면제할 만한 정당한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체는 운동용 신발 분류 기준이 애매했다고 항변했지만, 사전심사와 세관 분석에서 일관되게 ‘기타 신발’로 통보받고도 일부만 수정신고한 채 많은 물량을 끝까지 잘못 분류해 들여온 점을 지적했다. 이는 납세자가 충분히 인지하고도 시정을 미룬 것으로 단순 착오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심판원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거부도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현행 규정상 세관조사로 추징된 세금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세금계산서 발급이 제한된다. 업체가 사전심사 결과를 무시하고 잘못된 품목분류로 수입한 만큼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심판원은 세관의 품목분류 및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서울세관-조심-20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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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 기자 bonobe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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