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장부작성 대행 등 일부 업무를 제한한 현행 세무사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수년간 이어진 세무사와 변호사 업계 간의 ‘업역 다툼’은 세무사 제도의 전문성을 인정한 헌재의 결정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 헌재 “변호사 자격 있다고 회계 업무까지 당연 허용은 아냐”
헌법재판소는 18일 변호사와 변호사단체가 제기한 ‘세무사법 위헌확인’ 사건(2021헌마851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한 조항(제3조 등)과 ▲2004~2017년 사이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한한 조항(제20조의2 제2항)이다.
헌재는 우선 자동자격 폐지에 대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입법자가 전문자격사 제도의 취지와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입법형성재량의 영역”이라며 정당성을 인정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업무 제한에 대해서도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확인은 고도의 회계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로, 일반적인 법률사무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며 “해당 조항이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납세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세무사회 “독립성 공인된 것…제도 선진화 박차”
한국세무사회는 이번 결정을 두고 “세무사 자격의 독립성과 전문성, 세무사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이 만천하에 공인됐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세무사회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세무사제도 선진화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 TF’를 운영하며 대응해 왔다. 세무사회 측은 “법조계의 강력한 도전 속에서도 조세행정의 전문성과 납세자 보호라는 명분을 지켜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이번 헌재 결정은 세무사 제도의 공공성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역사적 판단”이라며 “앞으로 세무사 입법을 완성하고, 민간위탁 및 보조금 검증권 확보 등 세무사 직무 영역을 확대하는 데 회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조계 vs 세무업계, 길었던 갈등 일단락
이번 판결로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가 마련한 2021년 세무사법 개정안은 완벽한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직업 수행의 자유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으나, 헌재가 ‘회계 전문성’을 명확한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향후 비슷한 취지의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큰 변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전문자격사 제도가 단순히 자격의 통합이 아닌, 실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