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0일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 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모인 수십 명의 세무사 회원들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공익재단 운영권 논란의 본질을 파헤치고, 재단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의 핵심은 한국세무사회 회원들의 성금과 예산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이 왜 설립 주체인 세무사회의 관리 감독을 벗어났는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졌다.
특히 특정 개인과 이사진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무사회공익재단을 두고, 세무사회 현 집행부는 이를 ‘사유화’로 규정하고 정상화를 촉구했다. 한편 재단 측은 현재 ‘법적 독립성’을 이유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공익재단이 설립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의 재원 구성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설립 당시 세무사회 예산 3.1억원과 회원 4,500여 명이 낸 성금 7.8억 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회원들이 납부한 공익회비 35억 원이 추가되어 총 46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모두 세무사회 회원들로부터 나왔다. 김 부회장은 “명칭부터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인 이 조직의 모든 자산은 회원의 피땀 어린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갈등의 도화선은 2015년의 사건이다. 당시 전 세무사회장은 차기 세무사회장에게 이사장직을 이양하겠다는 공문을 전 회원에게 발송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동기 부회장은 이를 “회원을 기만한 명백한 약속 파기”라고 규정하며, 폐쇄적인 정관 구조가 재단을 특정인의 성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12년 정관 제정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절차와 임원 심의·의결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고, 당시 보고사항으로 대체해 본회 권한을 포괄 위임한 점도 절차적 쟁점으로 언급됐다.
김 부회장은 "문제의 핵심은 출연기관과 재단 간 역할·권한·책임이 제도화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무사회가 정관 제16조에 따라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사례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재단이 전 회원에게 공문을 발송한 과정에서 개인정보 무단 취득 의혹이 제기돼 고발 조치가 이뤄졌으며, 과거 내부 전산법인인 한길TIS를 활용한 약 3억원 규모 고액 기부금 지출 문제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단 정상화를 주장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송춘달 재단 정상화 TF 부단장은 특정인에 대한 고액 고문료 지급 의혹과 재단 직원의 사적 활용 정황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설립 당시 모금된 성금 일부가 개인 명의 계좌로 관리되다가 이사장의 개인 출연금으로 둔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한 법적 책임을 주장했다.
이동기 세무사회 부회장은 "정관에는 출연기관이 이사 5분의 1을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익재단 운영의 불투명성이 회원 모금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지영 공익법인 지원센터 간사 또한 타 전문자격사 단체의 사례를 들어 “출연 기관과 재단이 일체형 혹은 강력한 협력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며 현재의 단절된 구조를 비판했다.
일부 세무사는 “결산 공시 의무도 지키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우리 회의 고문일 수 있느냐”며, 회칙 개정을 통한 인적 쇄신과 고문직 박탈을 요구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정관 16조(출연자의 이사 추천권)를 근거로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청구 및 행정 조치를 요구하는 실무적 정공법을 제안했다.
구강회 감사는 “전산법인 등 세무사회 유관 단체가 공익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는 구조 자체가 두 조직이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며 관리 감독의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반면 재단 측은 공익재단이 출연 기관과 별개의 법적 인격을 가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무사회장이 바뀔 때마다 이사장이 교체되는 구조는 사업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일부 회원들 역시 강제적 이양 방식이 가져올 법적 분쟁의 부작용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세무사는 “바람보다 햇빛이 외투를 벗기듯, 법적 압박과 병행하여 선배 세무사로서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인간적 대화의 창구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온건론을 펼친 세무사 회원도 있었다.
이밖에도 새롭게 공익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이사장 자리가 탐나서가 아니라, 1만 7천 회원의 자산이 회원의 위상 제고와 사회공헌에 제대로 쓰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 고발과 주무관청 진정 등 모든 법적·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세무사회는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이같은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고, 사회공헌위원회 규정을 개정하고, 회원 참여 및 견제 장치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세무사회는 이날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운영권 환원을 위한 최종 로드맵을 가동할 예정이다. 13년을 끌어온 이 갈등이 과연 ‘정상화’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전 회원의 눈과 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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