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공인회계사 직역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회계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싸고 회계업계와 세무업계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14일 성명을 내고 “회계사의 역할을 무한정 확장해 세무사 고유 직역을 침탈하려는 일탈적 입법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 측은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성 명문화”라는 입장을 유지해 정치권·전문가 단체 간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 세무사회 “회계사 ‘만능주의’…직역 질서 붕괴”
세무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공인회계사의 직무 범위를 세무·인증·진단 등 전 영역으로 확대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하며 크게 세 가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첫째, 회계사에게 ‘세무 전문가’라는 사명 규정을 신설한 제1조의2 조항에 대해 “세무사법이 이미 세무사를 세무전문가로 규정하고 유사 명칭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며 “직역 충돌을 초래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국내 기업 회계 업무의 97% 이상을 세무사가 수행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둘째, 제2조 직무 범위에 ‘검토·확인·점검·검증 등 모든 인증업무’를 명시한 것 역시 “세무사의 ▲성실신고 확인 ▲공익법인 결산 확인 ▲세무조정 ▲기업진단 업무를 회계사 직역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특히 세무사회는 이 조항이 “회계 관련 검증은 감사·인증 업무가 아니라는 2022년 대법원 판례(2022추5125)를 정면으로 뒤집는 위법적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기존 법에서 삭제된 ‘세무대리’ 문구를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대리’로 부활시킨 부분에 대해 “결국 세무사의 모든 업무를 회계사의 업무로 귀속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세무사회는 “세무사를 회계사 아래 종속시키는 발상”이라고 표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 유동수 의원·회계사회 “회계의 공공성 강화…직역 침탈 아냐”
반면 유동수 의원 측은 개정안 발의 당시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회계·감사 업무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법률로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실은 “현재 법은 회계사의 공공적 역할과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장에서도 혼란이 크다”며 “업무 범위를 구체화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역시 “성실신고 확인 등 일부 업무에서 회계사 배제가 오히려 시장 왜곡을 유발해 왔다”며 직역 확대가 아닌 ‘직무 명확화’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계사회는 공식 논평은 내지 않은 상태다.
◇ 정치권 ‘직역 갈등’ 재점화…정무위 심사서 충돌 불가피
세무사회는 이번 개정안을 “특정 전문자격사 집단의 이익을 위한 ‘마지막 입법’”이라고 규정하며 철회·부결을 요구했다. 직역 갈등이 반복돼온 회계·세무 분야에서 또 한 번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해당 법안은 정기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될 예정으로, 세무사회는 회원·중소기업·소상공인과 함께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세무사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회계·세무 실무를 대부분 담당해 온 세무사 직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납세자 권익 보장을 위해서라도 개정안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동수 의원실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세무사회의 반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아 향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