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압전 진동판(Piezoelectric Diaphragm)의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수입업체와 세관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쟁점이 된 물품은 업체가 2019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수입한 두 종류의 압전 진동판(이하 쟁점물품①, 쟁점물품②)이다. 업체는 수입 당시 이 물품을 HSK 제8531.80-9000호로 신고했고 세관도 이를 수리했다.
하지만 2021년 7월 세관이 ‘품목분류 적정여부 자율점검 안내 공문’을 발송하자, 업체는 같은 해 9월 HSK 제8512.30-0000호로 품목번호를 변경해 부족한 관세와 가산세 등을 수정신고하고 납부했다. 이후 업체는 다시 원래의 0% 분류가 맞다며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냈으나 거부당했고, 2022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세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압전 진동판, 품목분류 쟁점은?
압전 진동판은 전기신호를 음파로 바꿔 소리를 내는 부품이다. 압전 세라믹과 금속판, 전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압을 가하면 역압전효과를 통해 세라믹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금속 진동판을 울려 신호음을 발생시킨다. 수입된 두 부품 중 쟁점물품①은 자동차의 특정 음향신호용 기구를, 쟁점물품②는 다른 부품과 조립돼 또 다른 신호음을 내는 기구를 각각 구성한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이 부품을 수입 시점 기준으로 ‘자전거나 자동차용에 한정되는 음향신호용 기구’(제8512호)로 볼지, 아니면 특정 용도에 묶이지 않은 ‘그 밖의 전기식 신호기기’(제8531호)로 볼지다.
관세율표상 자전거나 자동차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신호기기는 제8512호로 분류된다. 철도·도로·항만 등 특정 교통 인프라용은 제8530호다. 그리고 이 두 곳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모든 전기식 신호기기는 제8531호에 속하게 된다.
분류에 따라 관세율 차이도 크다. 제8512호 음향신호용 기구로 분류되면 8%의 기본세율이 부과된다. 하지만 잔여 항목인 제8531호의 기타 기기로 분류되면 양허세율 0%가 적용된다. 결국 이 압전 진동판이 ‘자동차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인가’ 여부가 관세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 업체 “다양한 산업 분야 범용 부품…완성품 용도로 부품 재단 안 돼”
업체는 쟁점 물품이 특정 자동차용으로 한정돼 사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양서와 제품설명서에 따르면 이 물품은 가전제품, 사무용 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소리 기능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는 세관이 근거로 든 과거의 사전심사 사례도 잘못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당시에는 쟁점 물품과 이를 주요 부품으로 조립한 ‘자동차용 완성품’을 함께 심사받았는데, 세관이 완성품의 자동차 전용 특성을 부품인 압전 진동판의 용도로까지 무리하게 오인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수입 물품의 품목분류는 수입신고 시점의 객관적 특성에 따라 이뤄져야지, 수입 뒤 어느 사용자가 어디에 썼는지 주관적인 용도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같은 압전 진동판이라도 자동차에 쓰이면 제8512호, 가전이나 의료기기에 쓰이면 제8531호로 쪼개지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세관 “12V 전압 특화·가혹한 온도 테스트 통과…자동차용 특별 제작품”
반면 세관은 이 물품이 자동차 전장 환경에 적합하도록 특별히 설계되고 제작된 신호용 전기기기라고 맞섰다.
세관은 자동차 내 대부분의 전장 부품이 배터리 전원인 12V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을 들어, 쟁점 물품 역시 12V에서 동작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부품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전장 부품 특유의 가혹한 온도 조건도 강조됐다. 세관은 쟁점 물품이 고온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일반 가전용 부품보다 작동 및 보관 온도 범위가 훨씬 넓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부품이 조립된 완성품이 85℃ 및 -45℃에서 96시간 방치되는 등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고온·저온 신뢰성 시험을 통과한 점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세관은 쟁점 물품이 완성 자동차용 음향신호기구의 본질적 특성을 모두 갖춘 불완전 또는 미완성 물품이므로, 통칙 제2호 가목에 따라 완성품과 동일하게 HSK 제8512.30-0000호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 조세심판원 “자동차 전용성 입증 부족…범용 ‘그 밖의 신호기기’ 타당”
조세심판원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조립 후의 완성품이 자동차용이라고 해서, 그 내부 부품까지 자동으로 자동차 전용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판원은 우선 제조사 홈페이지에 해당 압전 진동판이 특정 전압으로 한정되지 않고 최대 30V 범위 내에서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된 점에 주목했다. 제조사양서에도 부품 자체의 정격전압이 따로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품의 정격전압이 12V라는 사정만으로 부품까지 12V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심판원은 특히 쟁점물품①의 작동 온도 및 보관 온도 범위(-40~+85℃)를 예로 들며,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일반 범용 부저의 온도 범위(-40~+85℃)와 큰 차이가 없어 해당 수치만으로 자동차용이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수출자의 문서와 판매 데이터가 쟁점을 갈랐다. 과거 제출된 자료에 “가전제품, 사무용 제품 등의 소리에 적용된다”고 적혀 있고, 제조사양서상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장비에 쓸 때는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는 기재 내용은 다양한 산업 분야 활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조사는 완성품인 압전 부저에 대해서만 자동차용과 범용을 구분할 뿐 부품 자체는 용도를 나누지 않았으며, 수출자의 판매자료를 다운로드한 엑셀자료상 쟁점 물품과 같은 시리즈가 일반 용도 등으로 거래된 정황이 확인됐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자동차용으로 한정해 사용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용도를 특정할 수 없는 ‘그 밖의 전기식 신호기기’(HSK 제8531.80-9000호)에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하고,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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