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부분품 vs 여과기’…크로마토그래프 컬럼, 품목분류는?

2026.02.25 08:12:57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크로마토그래프(Chromatograph) 분석장비에 들어가는 ‘컬럼(column)’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인천공항세관이 맞붙었다. 쟁점은 이 물품을 ‘분석용 기기의 부분품’(HSK 9027.90-9099호, 양허세율 0%)으로 볼지, 아니면 ‘기타의 액체용 여과기’(HSK 8421.29-9090호, 기본세율 8%)로 볼지다. 조세심판원은 최종적으로 세관의 손을 들어주며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업체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중국과 일본에서 쟁점 물품을 104차례 수입하면서, 이를 ‘분석용 기기의 부분품’으로 신고해 관세 0%를 적용받았다. 세관도 처음에는 해당 신고를 그대로 수리해 왔다.

 

하지만 세관은 해당 물품이 ‘여과기나 청정기 부분품(HSK 8421.99-9099)’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며 품목분류 오류를 안내했다. 이에 업체가 관세평가분류원에 사전심사를 신청하자, 분류원은 쟁점 물품을 ‘기타의 액체용 여과기(HSK 8421.29-9090)’로 결론 내렸다.

 

이후 세관은 수정신고를 안내한 뒤, 부족한 관세 등을 경정·고지했다. 불복한 업체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크로마토그래프 ‘컬럼’, 무엇이길래?

 

화학 용어인 ‘크로마토그래프’는 쉽게 말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액체나 기체 속에서 특정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분리해 내는 정밀한 ‘분석 장비’를 뜻한다. 이 분석 장비의 핵심 부품이 바로 쟁점이 된 ‘컬럼’이다. 컬럼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좁고 긴 원통이다.

 

분석하려는 액체 시료를 컬럼 안으로 밀어 넣으면, 액체 속 여러 성분들이 특수 용매와 함께 휩쓸려 실리카 입자 사이를 통과하게 된다. 이때 성분의 특성에 따라 실리카 입자와 강하게 반응하는 물질은 장애물에 부딪히며 천천히 이동하고, 그렇지 않은 물질은 빠르게 빠져나간다. 통과하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섞여 있던 화합물들을 분리해 낸다.

 

결국 이번 분쟁의 핵심은 이 물품을 ‘분석 장비에만 전용으로 쓰이는 부분품(0%)’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액체를 다공성 물질에 통과시켜 성분을 걸러내는 원리이므로 단순한 ‘액체용 여과기(8%)’로 봐야 하는지다.

 

◆ 업체 “분석 장비 전용 부품…단순 여과기와 달라”

 

업체는 쟁점 물품이 불순물이나 고체 입자를 걸러내는 단순한 일반 여과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과지는 불용성분을 걸러내는 역할만 하지만, 컬럼은 성분들을 서로 다른 속도로 이동시켜 정성·정량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분석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업체는 또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웠다. 2006년부터 19년간 해당 물품을 수입해 오면서 세관으로부터 단 한 번의 시정 안내도 받지 않았고, 인터넷 등에서 다수의 구매자들도 0% 관세율로 수입통관하는 관행이 이미 성립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관이 이제 와서 관세와 가산세를 소급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 세관 “다공성 물질 통과시켜 분리…명백한 액체용 여과기”

 

반면 세관은 물품이 수행하는 물리적인 특성에 집중했다. 관세율표 해설서 제8421호에 따르면, 액체용 여과기는 “액체를 다공성 물질의 판막이나 덩어리에 통과시켜 고체모양·지방모양·콜로이드모양의 분자를 분리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 물품 역시 액체 시료를 다공성 물질인 실리카 입자에 통과시켜 성분을 분리하므로 여과기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세관은 품목분류 체계의 원칙도 강조했다. 어떤 물품이 특정 기계의 부분품으로 특별히 설계됐더라도, 그 물품 자체가 ‘여과기’와 같이 관세율표상 특정 호에 해당하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부분품 규정을 우선 적용하지 않고 해당 기계류 호(제8421호)에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체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신고납부를 원칙으로 하는 관세법령 체제에서 세관이 수입신고를 수리한 것은 단순한 사실행위에 불과하며, 이를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조세심판원 “전용 부품 맞지만 ‘해당 호’ 분류가 우선”

 

조세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크로마토그래프에 전용되는 컬럼이라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관세율표 체계상 해당 물품이 액체를 다공성 물질에 통과시켜 성분을 분리하는 제8421호 ‘여과기’의 특징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면, 부분품 규정보다 이 특정 호에 우선 분류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가산세 부과 및 신의성실 원칙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입신고 수리 내역만으로는 과세관청의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유사한 물품을 여과기로 분류한 국내외 사례가 다수 존재함에도 업체가 사전에 품목분류 사전심사 등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신고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심판례: 인천공항세관-조심-2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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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 기자 bonobe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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