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청이 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우회 수출하는 행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가동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제재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수출기업과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관세청은 미국의 관세 정책 회피를 노린 우회 수출 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2일 '미국 관세정책 특별대응본부(미대본)'와 산하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 물품이 한국을 경유해 국산으로 둔갑하는 ‘무역 굴절(Trade deflection)’이 확대될 경우, 한국산 제품의 국제 신뢰도가 하락하고 무역장벽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특히, 미국은 지난 8월 7일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을 발효하며 6개월마다 우회 수출 적발 기업 및 국가를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 방침을 내놨다. 이에 관세청은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 올해 우회수출 적발액 3,569억원...전년 전체 실적 초과
관세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회수출의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적발한 우회수출 규모는 3,569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적발 실적을 크게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50%, 금액은 1,313% 증가했다.
최근 우회수출 행위는 과거 ‘국산 프리미엄’을 노리던 것과 달리, 미국의 고관세율·수입규제·덤핑방지관세 등을 회피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적발된 업체들은 한국 세관에 외국산으로 정상 신고한 뒤, 미국 세관에는 허위로 조작한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 美 고관세 피하려 '금 가공제품' 원산지 조작…2839억원 적발
관세청은 특별조사단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주요 우회수출 사례들을 포착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 금 가공제품에 부과하는 고관세율(최대 158%)을 피하기 위해,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수출한 7개 업체를 적발한 건이다. 이들은 총 2,839억 원 상당의 금 가공제품을 불법 수출해 국내 귀금속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미국의 무역협정법(TAA)에 따른 수입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베트남산 방수포(137억원)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위장한 업체, 중국산 종이백(42억원)과 철강 플랜지(43억 원)의 반덤핑관세를 피하기 위해 원산지를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다.
◇ AI·빅데이터 시스템 활용…국내외 기관 공조 강화
관세청은 앞으로 우회수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AI·빅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국정원, 산업부 등 국내 기관은 물론 미국 CBP(관세국경보호청), HSI(국토안보수사국) 등 해외 단속 기관과의 정보 교환 및 수사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국산 둔갑 우회수출은 선량한 우리 수출기업과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AI·빅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불법 우회수출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으며, 신고자에게는 최대 4,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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