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기업의 든든한 '관세 수호자', 임현철 'EU 관세관의 24시'

2025.12.16 13:09:18

"총성 없는 외교 최전선에서, 오늘도 국익을 위해 달립니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2023년 2월, 브뤼셀에 위치한 주벨기에 EU대사관에 부임한 임현철 관세관은 EU 지역의 유일한 한국 관세관이다.

 

그의 주요 업무는 'EU의 새로운 관세 통관 정책을 신속히 파악하고 전파'하는 것이다.

 

세계 무역 표준을 선도하는 EU의 관세 동향은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만큼, 한국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임 관세관은 "EU는 정책 업무 비중이 매우 큰 지역"이라며, "수시로 제정되는 각종 관세 정책과 제도를 분석하고 본부에 보고하는 일이 핵심입니다"라고 말한다.

 


◇ 'EU 관세법 해설서'를 직접 만든 이유는?

유럽 27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기업들은 관세 문제 발생 시 브뤼셀의 임 관세관을 찾는다.

 

그는 각기 다른 질문과 고민에 답변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인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답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대부분 민원이 EU 관세법에 대한 질문이었고, 시중에 마땅한 해설서가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EU 관세법은 본문은 287조에 불과하지만, 위임규칙과 이행규칙 등 하위 법령의 양이 A4 용지 수천 페이지에 달합니다. 이를 독파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결국 그는 직접 팔을 걷어붙였고, 목 디스크를 감수하며 2024년 'EU 관세법 해설서'를 완성했다.

 

그는 "부족하나마 제가 만든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얻게 된다면 공무원으로서 최고의 보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 마약 철퇴...국경을 넘나드는 '정보전'

마약 단속과 조세총국 인맥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임 관세관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국익을 수호하는 '정보 외교'다.

 

벨기에 공항까지 누비다마약 단속의 최전선인 관세청 파견 관세관으로서, 마약 밀수 차단 및 예방 업무도 중요하다.

 

EU, 특히 벨기에의 심각한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벨기에 관세청, 경찰청, 검찰청은 물론, 브뤼셀 공항, 앤트워프 항만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이처럼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닌 덕분에 브뤼셀 공항보안협의회에 한국 관세관으로는 최초로 초청되어 브리핑을 받을 수 있었으며, 현지 검찰 및 공안 관계자들과도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 EU 조세총국(TAXUD)의 든든한 조력자

EU 관세 정책의 모든 것이 나오는 EU 조세총국(TAXUD) 관세국과의 관계 유지 역시 필수적이다.

 

임 관세관은 한국 담당 네덜란드 출신 직원과 지속적으로 만나 관계를 쌓았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 발생 시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자주 만나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고 성의를 보이면 믿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WCO 회의실, 치열한 '관세 외교'의 장

임 관세관의 또 다른 중요한 활동 무대는 세계관세기구(WCO)다.

 

WCO는 관세 제도를 표준화하고 전 세계 무역을 촉진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곳으로, 회원국 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치열한 관세 외교가 펼쳐진다.

 

그는 WCO 관세관으로서 때로는 대표단의 일원으로, 때로는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한다.

 

◇ '인싸'가 되어야 국익을 지킨다

WCO에는 60여 개국에서 온 엘리트 관세관들이 활동하며, 이들은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교환한다.

 

이 모임에서 배제되면 정상적인 관세관 활동이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초면에 어느 나라 관세관이라고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저도 초창기에는 마음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관세관들 중 소위 '인싸'에 속합니다"

 

회의장에서 영어와 불어로 진행되는 발언에 집중하고, 수백 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해 토론하는 것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임 관세관은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이미지이며,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 국익을 더 지킬 수 있다는 책임감과 보람으로 오늘도 관세관들을 만나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라고 피력했다.

 

총성 없는 외교 최전선의 공무원들에게 응원을 임현철 관세관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외교 활동을 그저 식사나 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곤 하지만, 실상은 총만 안 들었다뿐이지 국가의 이익이 부딪치는 최전선입니다. 명예와 애국심으로 무장한 많은 공무원들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십시오."

 

한국 기업과 국민들을 위해 브뤼셀과 WCO 회의실을 오가며 달리고 있는 임 관세관은 대한민국 무역의 든든한 파수꾼으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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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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