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현철 주EU 관세관) 새해 들어,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으로 인해 그린란드가 국제사회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에 미국이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뉴스도 나온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그린란드는 북극근처에 위치한 거대한 섬정도로만 알고 있으나, EU에게 그린란드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먼저 법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EU 관세법은 전체 회원국을 구속한다.
EU의 1차적 법원인 EU 조약 제52조에 보면 EU의 범위를 EU 27개 회원국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2차적 법원인 EU 관세법의 적용범위도 27개 회원국이다.(프랑스가 외교권을 대신 행사하는 모나코는 EU회원국이 아님에도 EU 관세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식민지를 비롯해, 여러 해외영토를 운영해왔던 유럽의 역사적 배경 및 오랜 전쟁으로 인한 국경선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EU 관세법은 적용지역에 대해 상당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EU 관세법상 예외규정이다. EU 관세법은 EU 영토임에도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을 명시하고 있는데(제4조 제1항) 그린란드도 그중에 하나다.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EU 해외 영토: OCT(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
그린란드 외에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들이 여럿 있다. EU에서는 이러한 곳을 OCT(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라고 부르는데 EU 기능 조약(TFEU, 이하 TFEU)에 규정되어 있다.
TFEU 제198조는 OCT를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유럽 국가 및 영토(the non-European countries and territories which have special relations with Denmark, France, the Netherlands)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가 직접 통치하는 해외 영토와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의 영토이긴 하지만 자치권을 가지는 별도의 행정조직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지역명은 TFEU 부속서(Annex Ⅱ)에 나열되어 있으며 여기에 그린란드도 들어있다. EU 관세법에 이어 그린란드가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임을 거듭해서 밝히고 있는 셈이다.
그린란드 이외에 New Caledonia and Dependencies, French Polynesia, French Southern and Antarctic Territories, Wallis and Futuna Islands, Aruba, Bonaire, Curaçao, Saba, Sint Eustatius, Saint Pierre and Miquelon, Saint-Barthélemy가 OCT를 구성하고 있다.
이 지역은 과거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로부터 식민지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가진 곳으로 백여 년 이상 동안 정치·경제적으로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와 밀접하고도 의존적인 관계를 맺어온 탓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세 면제 등, 상당한 혜택을 이들 지역에 부여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EU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관세동맹의 시각에서 이러한 일부 회원국의 일방적 특혜 관세 정책은 EU 관세동맹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코자 TFEU에서 OCT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OCT와 EU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EU법은 크게 두 개다. 첫째는 EU의 일차적 법원인 TFEU다. TFEU 제4편(Part 4)은 해외 국가 및 영토 연합(Association of the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라는 제목하에 제198조부터 제204조까지 해외 국가 및 영토에 대한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의 의무를 규정해 놓았다.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는 OCT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여야 하며(TFEU 제200조), 자신이 체결한 조약에 의한 여러 혜택을 OCT에도 그대로 시행하여야 한다.(TFEU 제199조 제1항)
또한, OCT 주민이 본국의 입찰, 조달에 참여할 경우, 본국 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해야한다.(TFEU 제199조 제4항) 유의할 점은 TFEU 규정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EU 기능조약에서 부여하고 있는 혜택은 본국과 OCT 사이에서만 효력을 가지며 다른 회원국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TFEU도 이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TFEU는 이러한 특혜 조치로 인해 타 회원국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 OCT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관세특혜조치로 타 회원국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피해를 입은 타 회원국이 집행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TFEU 제201조)
두 번째 법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왕국간의 관계를 포함하여 EU와 OCT간의 관계를 규정한 결정(Council Decision (EU) 2021/1764 of 5 October 2021 on the association of the Overseas Countries and Territories with the European Union including relations between the European Union on the one hand, and Greenland and the Kingdom of Denmark on the other)’으로 OCT와 EU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은 EU의 이차적 법원이다.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은 총 94조에 4개의 부속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OCT에 대한 EU의 무역 거래상 특혜, 원산지 검증, 각종 지원금 공여, 교육, 환경, 생태계, 재단, 기후변화, 문화, 항공 및 해상운송, 디지털, 북극 문제, 지역개발, 조직범죄를 비롯한 초국경범죄, 테리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EU와 OCT간 협력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이중 관세와 관련된 내용들을 간추려보자면, 대원칙으로 OCT와 EU 간 수출입 거래에는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Council Decision (EU) 2021/1764가 적용된다. [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서문 (10)]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따르면, OCT가 원산지인 제품은 EU 관세영역으로 수입 시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며[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4조],
EU 공동 관세 정책 중 하나인 수입 물품에 대한 수량제한 조치도 적용하지 않는다.[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5조 제1항]
하지만, OCT는 EU가 원산지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수량제한 조치도 가능하다. 또한 EU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적 약자인 OCT를 배려하기 위함이다. [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46조 제1항, 제2항] 원산지 증명 방식은 2020년부터 EU 공식 인증 수출자 시스템인 REX 시스템이 사용된다. [Council Decision (EU) 2021/1764 제22조] Rex 시스템은 EU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증 수출자 시스템으로 EU가 체결한 FTA(한국 제외)와 일반특혜관세에서 원산지 증명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EU 관세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산지 판정기준도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따르는데, EU 관세법만큼 매우 상세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OCT가 원산지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원산지 판정을 엄격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린란드의 특별한 지위
재미있는 것은 여러 OCT 중, 그린란드만은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서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란드가 OCT가 된 역사도 독특하다.
원래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로 덴마크가 EC에 가입하면서 자동적으로 EC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1979년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외교 및 국방을 제외한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하면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간 EU와의 어업갈등을 이유로 1985년 EC 탈퇴와 함께 OCT로 그 지위가 변경되었다.
특별대우란 표현에 걸맞게,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 보면 다른 OCT와는 달리, 오직 그린란드만이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며 그것도 무려 35번이나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서문 (8)에서는 ‘2015년 3월 19일 브뤼셀에서 서명한 EU와 그린란드 정부 간 공동선언은 EU와 그린란드 간의 긴밀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상기하고, 폭넓게 공유된 이해관계에 기반한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라고 규정해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제3조 제4항에서는 ’그린란드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그린란드를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5조는 그린란드에 대해 특별히 노동인력의 숙련도(Skill)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관심은 부속서Ⅰ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부속서Ⅰ에 따르면 EU는 OCT에 대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억유로를 지원하도록 되어있는데, 이중, 무려 2억2천5백만 유로가 그린란드에만 배정된 금액이다.
나머지 금액도 OCT와 그린란드 모두에게 지원되기 때문에(1천3백만 유로는 제외) 실제로 그린란드에 지원되는 금액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뿐이 아니다. EU는 그린란드가 덴마크 영토임에도 별도의 어업협정(Protocol setting out the fishing opportunities and the financial contribution provided for by the Fisheries Partnership Agreement between the European Community on the one hand, and the Government of Denmark and the Home Rule Government of Greenland, on the other hand)을 통해 그린란드에 어업수수료는 물론, 어선 등록 의무, 어획량 제한 등 여러 부대 비용을 지불하며 그린란드 수역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왜 다른 OCT에 비해 EU의 특별대우를 받는 것일까?
그린란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EU가 그린란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EU가 가지지 못한 풍부한 지하자원이다.
두 번째는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보다. EU가 유일하게 북극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지역이 바로 덴마크령 그린란드라는 것이다. 실제로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에는 ‘북극’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제3조 제4항은 ‘북극에 대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Geostrategic Position)를 인정(Acknowledgement)한다’라고 하여, 국제정치학 용어인 ‘지정학(Geostrategy)’을 동원하는 한편, 제5조에서는 Council Decision (EU) 2021/1764이 다루는 분야 중 하나가 ‘북극 문제’임을 명시하고, 제13조에서는 그린란드와 EU 간 북극 관련 협력을 규정함으로써, EU가 그린란드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북극과 관련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극에 대한 EU의 영향력 행사에 그린란드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곳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탐내고 있으니, EU에서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유럽 동전 이야기
지면에 여유가 남은 듯하여 짧지만, 흥미로운 EU 경제 이야기로 글을 마감하려 한다. 유럽을 여행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은 동전의 나라다.
유럽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성당에서도 동전이 요긴하게 쓰인다. 성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성당에 비치된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은 통상적인 관례다.
대부분 개인의 소망을 담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당에서 촛불을 켜는 것인데 비용은 1유로 정도며 동전함에 1유로 동전을 넣고 초에 불을 붙이면 된다.
물론 성당은 강요하지 않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이다. 이뿐이 아니다. 화장실 문화가 야박한 유럽의 경우, 공중화장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볼일을 보고 싶으면 근처 가게에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화장실 사용을 위해 비싼 음식을 주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천상 가게 점원에게 부탁해야 한다. 점원에 따라 공짜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1유로 정도를 주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준다. 당연히 동전을 안 가지고 다닐 수 없다. 심지어는 가게에서 음식을 시켜 먹어도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세계관세기구(WCO) 근처에는 몇몇 유명 햄버거 체인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필자도 종종 이용하는데, 한번은 햄버거를 사 먹고 볼일을 보려 화장실에 가니 웬 아주머니가 떡하니 앉아서 동전을 요구하여 당황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동전을 주었으나 그다음부터는 그냥 들어간다. 아주머니도 처음에는 잠시 노려보다가 필자가 햄버거 사 먹은 영수증을 보여주니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얼마 전 유럽에서도 동전을 비롯한 현금의 사용이 줄고 카드나 전자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은 GNP의 무려 22%를 현금으로 사용하는 반면 북유럽의 스웨덴은 GNP 1%만을 현금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스웨덴 경제에 관해 설명하는 유튜브에서 보면 스웨덴은 교회 헌금에도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도 QR 코드가 붙어있는 팻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EU 전체의 현금 사용률도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는 전체 거래의 79%가 현금거래였으나 2024년에는 52%로 감소하였다.
유럽에서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탈세,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EU의 정책적 고려가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실례로 독일의 모 지방 방송사 중 하나가 방송 수신료를 현금으로 받지 않는다고 하여 수신료를 현금으로 내겠다는 시민들과 소송이 붙어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간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는 2021년 유로화는 법정 통화이기 때문에 수신료를 현금으로 낼 경우 이를 받아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바 있다.
수신료를 현금으로 낼 수 있느냐를 가지고 유럽 최고 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된 것도 특이하지만 그만큼 유럽에서 현금 사용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인 것은 틀림없다.
필자의 경험상 지폐는 모르겠지만 동전까지 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늘도 길거리에는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수많은 관광객이 있으며 성당에서 자신의 소망을 촛불에 담아 기도하는 순례객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길거리 곳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어려운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유럽을 여행하는 분들은 비상용으로 주머니에 동전 한 움큼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법학박사(국제법, 서울시립대)
•제47회 행정고시
•외교통상부 2등 서기관
•주불가리아 대사관 영사(경제, 통상, 영사업무)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국경감시과장
•김포공항세관장
•(현) EU 대표부 관세관
•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박영사)
• 논문 : EU PNR 제도 연구(박사학위 논문)
• 논문 : EU 국경제도(쉥겐 협정)의 두기둥: 통합국경관리와 프론텍스
• 논문 : EU 국경관리 제도 운용을 위한 EU의 입법적 역할 연구
• 논문 : EU 관세법 위반행위에 대한 패널티 규정 부조화(Non-Harmonisation)와 EU의 대응
• 논문 :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한 EU 대응조치 연구 - EU 권리행사규칙과 경제적강압보호규칙(ACI) 중심으로
• 논문 : 'EU 신이민난민법에 대한 고찰-통합국경관리와 난민정책의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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