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청이 고환율 상황을 악용해 외화를 해외로 빼돌리거나 국내 반입을 늦추는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 ‘연중 상시 단속’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종욱 관세청 차장은 13일 오전 정부대전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정적인 외환시장 조성을 위해 전국 24개 외환조사팀을 총동원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무역거래를 가장한 외화 유출을 차단해 외환 시장의 수급 안정을 꾀하려는 취지다.
관세청은 환율 안정화 시점까지 '고환율 대응 불법 무역·외환거래 단속 TF'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TF는 관세청에 정보분석 및 지휘를 담당하는 전담팀과, 전국 세관의 외환조사 24개 팀으로 구성되고, 각 세관의 외환검사 및 수사 경과를 모니터링하며 집중단속 취지에 맞게 엄정한 단속과 통일된 법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 무역대금 편차 2,900억 달러… “외환 순환 불균형 심화”
이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의 외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관세청 분석 결과, 2025년 기준 은행 무역대금과 세관 신고액 사이의 편차는 약 2,900억 달러(한화 약 427조 원)로 지난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차장은 “지난해 무역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환검사 결과 조사 대상 업체의 97%가 불법 외환거래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 “적발 규모만 총 2조 2,049억 원에 달해 법규 준수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세청은 대금 편차가 커 불법 거래 위험이 있는 1,138개 기업을 우선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 정밀 검사에 착수한다.


◇ 페이퍼컴퍼니·게임머니 악용한 지능적 수법 공개
이날 브리핑에서는 실제 적발된 구체적인 위반 사례들도 상세히 공개됐다.
중국 제조사로부터 터치패널을 수입하던 C사는 수입대금과 커미션 채권을 상계 처리해 실제 송금할 금액이 없었다. 그럼에도 홍콩에 사주일가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허위 수입 서류를 작성해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다 적발됐다.
또한 복합 운송서비스업체인 A사는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은 용역 대금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해외지사에 유보했다. 이후 본사의 다른 채무가 발생하자 유보된 현금으로 이를 변제하면서 외환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글로벌 PC게임 업체인 B사는 해외 유저들에게 홍보 용역을 의뢰한 뒤, 대가를 현금이 아닌 게임 내 재화인 ‘게임머니’로 지급했다. 이는 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 방식으로, 외환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변칙 거래에 해당한다.

◇ 이명구 청장 “환율 안정 위해 관세·외환 역량 총동원”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번 단속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실었다.
이 청장은 “환율 안정 지원을 올해 관세청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며 , “관세청의 외환조사와 관세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수출대금 미회수 등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불안정한 대외 경제 상황 하에서 국가 경제와 외환거래 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무역·외환거래를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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