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금융공급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은행 수준의 건전성·지배구조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내놨다.
저축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부동산 위주에서 벗어나 중소 및 중견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보다 균형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업권 내 양극화와 리스크 관리 미비 문제를 동시에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정책간담회에서 업계 대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연구원 관계자들과 함께 해당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저축은행중앙회장과 12개 저축은행 대표가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 위험과 디지털 전환, 업권 내 양극화 등으로 이제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이 단기 수익에 몰두하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업대출 대상을 서민·중소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에서도 중견기업을 제도상 대상으로 포함, 저축은행 자금이 중소·중견기업 전반으로 폭넓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금융 기능 강화를 위해 예대율 산정체계도 개편한다. 수도권 대출에는 가중치를 높이고, 비수도권 대출에는 가중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지방 여신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 자금이 수도권에 쏠리는 구조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영업행위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형 저축은행에는 독자적인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 취급을 허용하고, 자산 1조원 이상 중·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업무 체계를 고유·겸영·부수업무 체계로 개편하고, 방송광고 규제도 환경 변화에 맞춰 정비한다.
건전성 규제는 자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에는 자본 규제를 단계적으로 은행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미래상환능력을 반영하는 FLC(Forward Looking Criteria) 기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도입한다. 반면 자산 1조원 이하 소형 저축은행에는 일정 요건 충족 시 외부감사인 수검 주기를 완화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낮추는 단계적 소유 규제를 도입하고, 대주주 정기 적격성 심사도 합리화한다. 위기 발생 이전 단계에서도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나 배당 제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유동성 관리체계 역시 강화한다.
이와 함께 업권 차원의 부실채권 관리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 산하 NPL 자회사를 자산관리회사로 전환하고, 담보 회수 과정에서 취득한 비업무용 부동산의 관리·처분 기준도 새로 마련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준태 금융연구원 박사는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박 박사는 “저축은행 여신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기업대출 역시 부동산·건설업 비중이 높아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책서민금융과 중금리대출이 일부 대형사에 집중되면서 서민과 중소기업 금융 편의 제고라는 본래 목적과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업계는 이번 방안을 제도적 전환의 계기로 평가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의적절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번 조치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협력하고 회원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과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의 보루로서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저축은행 대표들도 규모별 맞춤형 관리체계가 제시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형사는 건전성·지배구조 관리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고, 지방 중소형사는 지역 내 서민과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해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중장기적으로 건전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입법과 제도 개선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업계,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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