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2024년 초부터 최근까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은밀하게 주가를 조작하고 약 4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종합병원, 대형 학원 등을 운영하는 자산가들과 전직 사모펀드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공모해 수십 개 계좌를 이용한 분산 매매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가며 장기간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사례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거래량이 적은 특정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선정한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 등을 동원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세조종 자금을 마련했다.
조달한 자금으로 해당 종목의 유통물량 상당수를 확보하고, 시장 전체 매수 주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의 대규모 매매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고가 매수, 허수 주문, 시가·종가 관여 등의 다양한 시세조종 기법을 사용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가 상승 착시를 유도했다. 특히 이들은 수만 회에 달하는 가장매매·통정매매 주문을 단기간에 체결시키는 방식으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위장했다.
◇ 조직적 은폐 시도…감시망 교묘히 회피
이후 이들은 수십 개 계좌를 통한 분산 매매, 자금 흐름 은폐, 주문 IP 조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감시를 피해 왔다. 일부 경우에는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해 주가조작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조작 기간 동안 이들은 거의 매일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적으로 제출했으며, 주가를 조작 전 대비 약 2배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실제 실현한 시세차익은 약 230억원에 달하며 여전히 1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시장감시 과정에서 최초 포착했으며, 조사 초기 단계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공동대응 필요성을 판단해 합동대응단으로 이첩됐다.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동시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주가조작에 사용된 수십 개 계좌에 대해 최초로 ‘지급정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혐의자들의 자산 동결을 통해 불법이익의 은닉을 차단하고, 향후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 과징금·거래 제한 등 강력한 후속 조치 예고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은 정부 국정과제인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라며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의 전문인력들이 협업해 집중 조사한 결과 압수수색과 지급정지 조치까지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다. 또한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속 청구하는 등 적극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망있는 사업가와 의료인, 금융 전문가 등 소위 ‘엘리트 그룹’이 공모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를 합동대응단 공조로 진행 단계에서 중단시킴으로써 범죄수익과 피해규모가 더 확산되기 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합동대응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조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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