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24일(미 동부 현지시간 0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의 10% 보편적 글로벌 관세가 본격 발효되었다. 우리 국회 역시 같은 날 공청회를 열어 한국 돈으로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관리할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이번 법안 처리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속도전만큼이나 철저한 통제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150일 한시적 글로벌 관세를 발효시켰다. 이는 폐지된 보편적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투자 합의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력을 지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의 글로벌 관세 포고문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1일 세율을 15%로 인상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지만 언제부터 인상할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 도입된 글로벌 관세 세율의 경우 일단 10%가 적용되고, 조만간 포고령 발표 등 절차를 거쳐 1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로벌 관세 부과 대상에서 특정 핵심광물, 에너지 및 에너지 제품,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되지 않는 천연자원 및 비료, 쇠고기·토마토·오렌지 등 특정 농산물,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트럭·버스 및 그 부품, 특정 항공우주 제품 등은 빠졌다.
그러나 무역법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추가 조사를 공언한 상황이어서 어느 분야의 산업이든 방심하긴 이르다.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는 한국이 투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이는 향후 150일의 여유 기간 동안 진행될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나 예외 적용을 이끌어낼 카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미투자특별법은 무엇인가?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 2025년 11월 14일 한국과 미국이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법률이다.
해당 법은 3500억 달러 규모(약 505조원)의 대미 투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와 안전장치를 정교히 설계하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투자로 구성되는데 첫째는 조선,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에너지, 인공지능 및 양자컴퓨팅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이다.
또 하나는 조선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투자'이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법안은 한미전략투자공사를 20년 이내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설립하고, 법정자본금 3조 원을 정부가 출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대미투자를 관리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사업관리위원회, 한미협의위원회로 3단계 추진체계를 갖추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한미전략투자공사에 설치되며,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이 위원회는 전략적 투자의 총괄 기획, 대미투자 대상 사업 선정, 투자 결정 및 집행, 한미전략투자기금의 관리·운용 등을 심의·의결한다.
사업관리위원회는 산업통상부에 설치되며 산업통상부장관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대미투자 후보 사업의 발굴과 상업적 합리성 및 전략적 법적 고려사항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한미 협의위원회는 산업통상부장관과 미국 측이 지명한 인사들로 구성되며 미국과의 협의를 담당한다.
◇ 무분별한 투자 방짐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
법안은 무분별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회계연도별로 총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투자를 집행할 수 없도록 규정해 연간 투자한도를 제한했다. 또한 투자 기간 동안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되는 투자만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대미투자 집행이 외환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 투자 집행의 금액과 시점을 조정하도록 미국과 협의 요청이 가능하다.
법안은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해 전략적 투자 재원의 조성과 관리·운영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사의 법정자본금은 3조원이며 정부 등이 출자한다.
공사는 20년 이내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업무의 일부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위탁할 수 있다.
한미전략투자기금은 공사에 설치되며, 대미투자 및 조선협력투자 지원에 사용된다. 기금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의 위탁자산, 한미 전략투자채권 발행, 정부로부터 차입금 등으로 조성된다.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수혜는 자동차 및 부품 업계에서 발생한다. 특별법안의 국회 제출만으로도 관세율이 25%에서 15%로 11월 1일 자로 소급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했으며,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이러한 혜택은 확고해진다. 이는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는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 및 전력망 교체 사업,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확충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MOU에는 한국 기업이 벤더(Vendor)나 프로젝트 매니저로 선정될 수 있도록 미국 측이 협의하고, 연방 토지 임대 및 인허가 절차를 가속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규제 장벽이 높은 미국 공공 프로젝트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안착할 수 있는 국가적 보증 수표가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러한 법이 국가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필수 제도라며,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중대 사업에 대해서만 보고하자는 입장이다. 야당 측은 정부가 외환자산 수익을 펀드로 조성해 미국에 투자할 경우 국민 세금 및 재정 부담이 늘어날 우려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회가 얼마나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김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열린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모든 전략적 투자 사업에 대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외환자산 수익을 펀드로 조성해 미국에 투자할 경우 국민 세금 및 재정 부담이 늘어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참석해 법 통과 전이라도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해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사전 점검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는 경제, 금융, 통상 분야 전문가 4인이 진술인으로 참석해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른 치밀한 국익 계산과 국회의 제동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 분야 진술인으로 나선 서은종 BNP파리바 대표는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우려에 대해 "현재 환율은 불확실성을 이미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서 대표는 "투자를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Cashflow)'으로 전환하고 조달 창구를 다변화한다면 시장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며 전문적인 실행 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내 실물 경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해외 투자 기업들이 국내 공장을 폐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해외로 나갈 때 국내 혁신 생태계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 조치가 특별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상호 관세 무효화는 중대한 변수...행정부-입법부 역할 분담 절실"
최근 미국 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 등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전략적 대응 주문도 이어졌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관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며 "무조건 서두르기보다 경제 안보적 시각에서 우리가 얻을 구체적 국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입법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투자 결정 구조의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 측의 면책 규정이 매우 강력해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단기적으로는 한국투자공사(KIC) 내 전담 조직을 운영하되,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같은 전문 실물 투자 기구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여야, 법안 처리 속도에는 이견... "초당적 협력은 공감"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공청회 계획안을 가결하며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돌입했으나, 세부 일정을 두고는 여야 간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간사는 "미국에 주는 시그널 차원에서라도 법안 상정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간사는 "당초 예정에 없던 본회의 개최 등 정치 상황을 고려해 간사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여야 간사는 공청회 이후 법안 상정 및 소위 구성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였으나, 당일 오후 본회의 강행 처리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구체적인 일정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태다.
김상훈(국민의힘) 위원장은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위의 성과가 중요하다"며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소위 구성과 법안 상정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