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9일 여야(與野)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법안 처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보복 관세 인상 시한을 앞두고 이뤄진 극적 합의로, 대미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전망인데,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3,500억 달러(약 460조 원 이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전담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이다. 여야는 당초 3~5조 원으로 거론되던 공사 자본금을 2조 원으로 조정하고, 이를 정부가 전액 출자하기로 합의했다.
조직 규모 역시 비대화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500명 수준에서 50명 이내로 대폭 축소했다. 특히 ‘낙하산 인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사장은 금융·투자 및 전략산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만 맡을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재원 마련 방식에서 야당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 기업의 ‘팔 비틀기’ 식 강제 출연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령으로 재원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되 국회 사전 보고를 의무화했다.
또한, 대규모 국부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3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투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산업통상부 산하 '사업관리위원회', 재정경제부 산하 '운영위원회'와 별도로 투자공사 이사회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업관리위가 대미투자 후보 사업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및 전략적·법적 사항을 검토한 후, 운영위가 투자 추진의사를 정하는 등 중층적 의사 결정 구조를 뒀다고 특위는 설명했다.
또한 투자 건마다 국회 동의를 받는 대신 정부가 사전 보고하도록 해 효율성도 높였다.
투자 정보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국가 안보와 기업 경영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만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결정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의 무역 합의 미이행을 근거로 자동차 등 주요 품목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방미 직후 “법안 통과 등 합의 내용이 이행된다면 관세 인상 관보 게재는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혀, 12일 본회의 통과 시 관세 위기로 부터 다소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안에 따라 추진되는 3,500억 달러 투자 중 2,000억 달러는 반도체, AI, 핵심광물 등 첨단 산업에 투입된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배정되어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특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원래 정부 제출안에는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에서 지속적으로 외환보유고 수익만으로 200억달러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법안에는 여기에 기업 출연금이 플러스돼 있다”며 “기업의 팔을 비틀어 재원 마련이란 염려가 많아 이건 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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