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한국이 '택갈이(원산지 세탁)' 불법 행위의 주요 경유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갈등의 틈을 타,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가짜 한국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대한민국의 수출국 이미지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불법 우회 수출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를 우회해 수출하려다 적발된 건수는 총 103건, 금액은 8382억 원으로 집계됐다.
◇ 적발 85%가 중국산… 올해 적발액 전년 대비 10배 뛰어
이 중 중국이 원산지(적출국)인 경우가 압도적이다. 건수는 88건으로 전체의 85%, 금액은 6515억 원으로 77%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낮은 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한국을 '우회국'으로 이용, 제품의 꼬리표를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최근 들어 불법 우회수출 규모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적발액은 2023년 1188억원이었으나, 올해 8월까지만 2068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도 금액을 크게 넘어섰다. 이는 2020년(433억원)과 비교하면 5배에 가까운 규모다.
◇ 美-中 무역 갈등 '반사 효과'…미국행 불법 물량 50배 급증
더욱 심각한 것은 목적지가 미국인 우회수출 건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경유하는 불법 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미국으로 향하던 우회 수출 적발 건수는 2020년 4건(68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8월까지 15건(3494억 원)이 적발됐다. 금액 기준으로 50배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이는 올해 전체 적발액 2068억 원의 약 170%에 달하는 금액(다른 나라발 우회수출 건 포함)이다.
박 의원은 "적발된 우회 수출품의 대다수가 중국산이며, 그 주요 종착지가 미국이라는 사실은 미·중 무역 갈등의 그림자가 우리 수출 전선에 드리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의원은 "수출 강국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관세 회피용 우회 통로로 전락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관세청은 국제적인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불법 우회수출 단속을 더욱 엄격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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