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석 달 만에 한국은행의 일시 차입을 재개했다.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단기 차입이 이어지면서, 세입과 세출 간 시차를 넘어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6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 총 17조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해 12월 5조원을 빌린 뒤 올해 1월 전액 상환하고 1~2월에는 추가 차입이 없었지만, 3월 들어 다시 대규모로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이 가운데 3조7000억원은 상환됐지만, 13조3000억원은 월말까지 남아 있었고 이에 따른 이자만 76억8000만원이 발생했다. 추경 편성을 앞둔 시점에서 단기 자금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의 한은 일시 차입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를 메우기 위한 장치다. 구조 자체는 문제로 보기 어렵지만, 규모와 빈도가 확대될 경우 재정 흐름 관리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로 읽힌다. 개인이 필요할 때마다 한도를 당겨 쓰는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반복될수록 자금 흐름 관리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164조5000억원을 일시 차입했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도 1580억9000만원에 달했다.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같은 해 12월에는 차입 이후에도 국방비 1조3000억원을 제때 집행하지 못하면서 자금 운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세수 흐름 역시 불안정하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으로 반전됐다. 올해는 다시 25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지만, 단기 차입 의존은 줄지 않고 있다.
결국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자금 흐름이다. 특히 최근처럼 차입 규모가 커지고 반복 주기가 짧아질 경우, 이는 단순한 시차를 넘어 재정 집행 구조 자체의 불일치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치권에서도 재정 운용을 둘러싼 직설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가 초과 세수에도 시급한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해 막대한 규모의 ‘돌려막기’를 한 셈”이라며 “방만한 재정 운용을 멈추고 마이너스 통장 의존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수는 늘었지만, 돈은 모자란다. 결국 재정 운용은 자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시점을 맞추는, 이른바 ‘운영의 묘’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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