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관세 0% 무산된 오트밀…‘시리얼’ 인정 못 받은 사연

2026.03.26 15:50:21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오트밀의 관세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수입업체와 부산세관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이 된 물품은 귀리를 세정·가열·조리·압착·건조해 소매용으로 포장한 오트밀 제품이다.

 

업체는 2015년 2월부터 이 물품을 꾸준히 수입해 왔다. 수입 당시 업체는 해당 제품들을 ‘곡물 플레이크의 조제식료품’(HSK 1904.20-1000호)으로 신고하고, 한-EU FTA 협정세율 0%를 적용받았다. 세관 역시 이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세관이 한-EU FTA 협정세율 자율점검 안내와 함께 관세평가분류원에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의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심사 결과 쟁점 물품이 ‘기타 가공한 곡물’ 등에 해당한다는 회신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입된 제품은 형태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뉘었다. 관세평가분류원은 '퀵오트'를 비롯한 납작하게 눌러진 제품들은 ‘압착한 귀리’(HSK 1104.12-0000호)로, 잘게 부순 형태의 제품은 '부순 귀리'(HSK 1103.19-2000호)로, 그리고 '스틸 컷(Steel Cut)' 제품은 '기타 가공한 귀리'(HSK 1104.22-0000호)로 각각 세분화하여 재분류했다.

 


문제는 적용되는 세율의 격차였다. 조제식료품으로 인정받으면 관세가 0%지만, HSK 1104.12-0000호(압착한 귀리) 등으로 재분류된 일부 품목에는 최고 396.2%라는 막대한 협정세율이 적용됐다. 세관은 이를 바탕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를 더해 거액의 세금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2020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세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오트밀,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수입된 오트밀 제품을 아침식사용 ‘조제식료품’으로 인정할지, 아니면 일정한 단순 가공만 거친 ‘가공곡물’로 볼지다.

 

관세율표 제1904호는 콘플레이크처럼 곡물이나 곡물 가공품을 팽창시키거나 볶아 얻은 조제식료품, 또는 사전에 미리 조리되어 간단히 물이나 우유만 더하면 먹을 수 있는 곡물 조제품을 포괄한다. 반면 제1104호는 껍질을 벗기거나 압착하거나 플레이크 모양으로 만든 단순 가공 곡물을 다룬다.

 

결국 소비자가 뜨거운 물이나 우유만 부으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조제'가 이뤄졌는지, 아니면 수증기 가열 등을 거쳤더라도 본질은 여전히 관세율표 제11류에서 허용하는 단순 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에 따라 품목번호가 완전히 갈리는 구조다.

 

◆ 업체 “킬르닝·조리 거친 인스턴트 식품…1904호가 맞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고유의 열처리 공정을 거쳐 곧바로 식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스턴트 식품이므로 제1904호에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쟁점 물품은 80℃ 이상의 가마에서 가열하는 ‘킬르닝(kilning)’ 공정과 100℃ 증기로 가열하는 ‘조리(cooking)’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귀리의 전분 입자에 많은 균열이 생기고, 단백질 변성에 따른 메일라드 반응이 일어나 고소한 맛이 향상된다.

 

업체는 완성된 제품이 소비자가 뜨거운 물이나 우유에 불리기만 해도 식사할 수 있도록 소매 포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획재정부령인 ‘관세법 제85조에 따른 품목분류의 적용기준에 관한 규칙’이 요구하는 ‘전분입자가 중심부까지 완전히 파괴될 것’ 등의 요건은 사실상 충족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쟁점 물품과 같이 미리 조리된 오트밀을 일관되게 제1904호로 분류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 세관 “본질은 압착 귀리…국내 포장에만 ‘그대로 섭취’ 표기”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조제식료품’이 아니라 관세율표 제11류에서 이미 예정하고 있는 범위 내의 가공만 거친 귀리 제품이라고 맞섰다.

 

세관은 HS 제1104호 해설서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해설서에는 "압착 또는 플레이크상 곡물은 가공 공정에서 보통 증기로 가열되거나 가열된 롤러 사이를 통과하여 압착된다"고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즉, 쟁점 물품이 압착 전에 수증기 가열 공정을 거쳤다고 해서 그 사실만으로 제1904호의 조제식료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관은 쟁점 물품의 섭취 방법도 문제 삼았다. 쟁점 물품은 원칙적으로 물이나 우유를 부어 가열한 후에 섭취하는 것이며, 실제 외국에서 판매되는 박스 포장에도 전자레인지 등으로 가열하여 섭취하도록 표기돼 있다고 반박했다.

 

단지 국내 판매용 제품 포장에만 물이나 우유를 부어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제1904호의 요건인 추가적인 조제 과정 없이 냉각과 포장만 거쳤으므로 조제식료품이 아니며, 해외 분류 사례 역시 그대로 참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 조세심판원 “전분 구조 파괴 안 돼…소급 적용 주장도 이유 없어”

 

조세심판원은 양측의 주장을 심리한 끝에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제조 공정상 킬르닝과 조리를 거친 것은 사실이지만, 정밀 분석 결과 곡물 내부에 있는 전분 입자의 모양이 중심부까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X선 회절분석 시 생곡물의 결정구조가 여전히 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정한 가열은 있었으나 관세법상 찌거나 삶은 곡물을 제1904호로 분류하기 위해 요구되는 구조적 변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또한 HS 제1104호 해설서가 압착·플레이크형 곡물의 통상적인 가공 과정으로 '증기 가열'을 이미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쟁점 물품의 킬르닝 및 조리 공정을 제11류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1904호의 새로운 가공 방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업체가 제기한 '소급 적용'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심판원은 새롭게 제정된 기획재정부령의 품목분류 규칙뿐만 아니라, 수입신고 당시 적용되던 과거 관세청의 품목분류 고시 역시 제1904호 분류를 위해 ‘전분입자의 모양이 중심부까지 완전히 파괴될 것’과 ‘결정구조가 비결정질로 변형될 것’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을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두 규정의 차이는 찌거나 삶은 곡물의 허용 범위(관세율표상의 곡물 전체인지 일부 특정 곡물인지) 정도에 불과하여, 기존의 기준고시를 적용하더라도 쟁점 물품은 제1904호의 물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규칙을 소급 적용해 위법하다는 업체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조세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제1104호 등의 가공 곡물로 분류해 관세 등을 부과한 처분청의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정하고,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0-57]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경철 기자 bonobee@tfnews.co.kr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