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민의힘이 국세청장 청문보고서 채택을 잠정 보류했다.
당초 기재위에서는 채택하기로 했는데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 관련 원내대표간 협의가 진행되면서 발목이 붙잡혔다.
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시일은 조금 걸리게 됐다.
국민의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통일 정동영‧외교 조현‧여가 강선우‧교육 이진숙‧보훈 권오을‧고용 김영훈 후보자들을 ‘무자격 6적’이라고 지목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을 신청하고, 담판을 짓겠다며 북을 두드렸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원내대표간 협의로 풀기로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무자격 6적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왜 청문보고서 채택을 안 해주느냐는 논리로 치고 들어갔고, 그 결과 18일 오전 기재 구윤철·산업 김정관·외교 조현 장관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사실 기재위에선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보고서도 몇 가지 부대 의견 넣고 채택할 예정으로 알려졌었다.
임 후보자는 무자격 6적도 아니고, 집행기관장이고, 세수상황도 좋지 못하다. 세입감액경정이 됐지만, 올해도 세수결손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기재위에서는 구윤철‧임광현 후보자 보고서가 나란히 채택된다는 문자가 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오전 10시 기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측이 국세청장 청문보고서를 지금은 채택하지 않겠다는 취지(보류)를 밝혔다.
김태호 민주당 간사는 이미 기재위에서 결정된 일을 왜 양당 원내대표간 협상에 넘겨서 정치화시키느냐는 취지로 따졌다.
임이자 기재위원장은 상임위도 정치행위이고, 원내대표도 정치행위이니 다룰 수 있다는 취지라는 이유로 구체적 답을 피했다.
박수영 국민의힘은 여야 간사 협의 구윤철 후보자는 관세‧통상 때문에 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세청장은 그 정도로 강조된 거까지는 아니었고, 아무튼 국세청장도 가급적 빨리 시일을 잡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달랬다.
요약하자면, 송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청문보고서를 정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과정에서 임광현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덜컥 끼어버린 셈이다.
현재 송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비대위 명분은 당내 혁신을 추진해 다시 국민 다수에게 사랑받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인데, 당은 국민 미움을 받게 된 친윤으로 쏠리고 있다.
자신을 도와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혁신위는 자신의 뒤를 치고, 외부 인사들이 들어와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하나씩 정리하자면, 송 원내대표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으로부터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함께 쇄신대상으로 꼽혔다.
송 원내대표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인데 비대위원장을 맡아 혁신위를 출범했더니 정작 혁신위가 혁신안 도장을 찍어 줄 비대위원장 보고 나가라는 형국이 됐다.
세이브 더 코리아와 함께 활동하던 전한길 씨가 뒤늦게 국민의힘 입당 사실도 알려졌다. 전 씨는 자신의 추종자 10만명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윤 후보를 옹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송 원내대표 입장에선 이들과 영합하지 않으면 발 밑에 대못이 쑥 들어온 형국이 된다. 송 원내대표는 14일 리셋코라아 행사에 참석해 전 씨 세력을 품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심상찮은 조짐도 끼었다. 한국 이름 단현명(모스 탄) 씨가 서울 은평제일교회에 나와 6‧3 대선 부정선거론을 설파하며, 새로운 선지자 후보로 부상했다.
외부적으로는 쌍권(권영세‧권성동) 중 한 명인 권성동 의원엔 김건희 특검이, 경찰 정보국장 출신 이철규 의원엔 순직해병 특검이 각각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송 원내대표로서는 내외부와 양쪽으로 끼어버린 상황이 됐는데, 여론지상에서 존재감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이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신청 정도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8일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규모 장관 낙마 요구는 송 원내대표 자신도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굳이 우 정무수석이 송 원내대표의 심정을 추정한 건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내각 청문보고서들이 계속 보류될 수 없다. 국회는 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 청문보고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재요청할 수 있다. 그래도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회 없이 임명할 수 있다.
임 후보자는 적법하게 청문회를 거쳤고, 상임위 내에선 낙마해야 할 정도의 하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박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도 조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초대 국세청장이었던 김창기 전 국세청장의 경우 청문회 없이도 임명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됐다며 인사청문회법 요건을 있는 그대로 적용해 청문회 없이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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