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철회되면서 기사회생한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한 내부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의 분리·독립안이 무산됐지만, 금감원은 조직을 유지한 채 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금융민원 처리와 보이스피싱 대응을 담당해왔던 금소처를 ‘소비자 보호 총괄본부(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은행·보험 등 업권별로 민원을 ‘원스톱’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금융 소비자 보호 중심의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
2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임직원 결의대회’에서 연말까지 이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금감원의 운영, 인사, 업무절차 등을 금융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 금소처 개편…기피 부서 전면 탈바꿈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는 현재 부원장급이 이끄는 금소처가 민원 대응을 맡고 있으며, 필요 시 은행·보험 등 업권별 감독·검사 부서가 공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우선하는 금소처와 건전성을 중시하는 감독·검사 부서 간에 이해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금소처가 민원 응대를 전담하다 보니 조직 내 기피 부서로 여겨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금소처를 ‘소비자 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앞으로는 은행·보험·중소금융·금융투자 등 각 업권별로 ‘소비자 보호 총괄 부서’를 설치해 민원·분쟁·감독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또한 금감원장 직속의 외부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소비자 보호 관련 주요 사안에 외부 시각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감원장은 “그간 금융회사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자리 잡혀 있었고, 소비자 보호 업무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선호도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찬진 금감원장과의 긴급 회동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 기능, 인력·업무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조직개편에 따른 임원인사는 아직 미정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총괄본부’ 신설 전까지, 현행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해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며, 학계·업계·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할 ‘금융소비자보호 대토론회’을 개최해 금감원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직접 민원에 응대하는 ‘경영진 민원 상담 데이’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번 감독체계 논의과정에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수준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만 한정하지 않고 더 큰 관점에서 전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고민하는 등 통섭적 시야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일방적인 지시나 제재 관점이 아니라 감독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법치주의 관점에서 감독행정 편의주의나 권한의 오남용이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이날 결의대회 후 브리핑에서 조직개편에 따른 임원인사에 대해 “인사권자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향후에 내부적인 인사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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