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올해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인사 방향은 명확했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파격 인사도 없었다. 금융지주들은 대부분의 보험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는 대신 그대로 두는 선택을 내렸다. 업황 둔화 국면에서 새로운 실험보다는 검증된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나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중 다수 CEO가 연임에 성공했다. 보험손익이 줄어들고 금리 환경 변화와 건전성 규제가 동시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사를 통한 변화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조직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 보험사 5곳 중 4곳은 기존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연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1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으며 통상적인 ‘2+1년’ 관행을 채웠다. KB손보 출범 이후 첫 내부 출신 CEO인 구 대표는 취임 첫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증가세를 유지하며 성과를 이어갔다.
하나금융 계열 보험사 또한 변화 보단 안정을 택했다.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는 적자 구조였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는 장기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과 손해율 관리에 집중해 왔다. 두 대표 모두 단임에 그치지 않고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들도 대표 교체는 없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와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는 아직 흑자 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업황 전반의 어려움을 감안해 추가 임기를 부여 받았다.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사업 재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보험업권 인사에서 유일하게 대표를 교체했다. 이영종 대표가 ‘2+1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물러나며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 담당 부사장이 새 대표로 내정됐다. 외형 성장을 이끈 기존 성과에서 재무 중심의 질적 성장을 겨냥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번 보험사 CEO 인사 전반에는 경영 안정과 연속성을 우선하는 기조가 읽힌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보험부채 부담이 늘고 자산 및 부채관리(ALM)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재무 및 리스크 관리 역량과 사업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보험사 CEO 연임이 향후 경영 부담을 낮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부채 확대, 기본자본 중심의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 관리,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손익이 둔화된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새 인물 발탁보다는 기존 경영진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사업 안정성을 이어가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앞으로는 외형 확대보다는 자산, 부채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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