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50대가 20대의 두 배…은행권 감원 한파, 구조적 원인은?

2025.11.20 17:44:05

사상 최고 실적에도 연말 희망퇴직 줄이어
정년연장·임금피크·고연차 고정급 구조가 만든 장기적 비용 압력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은행권이 올해도 예외 없이 연말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0조원을 훌쩍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인력 구조조정 바람은 되레 거세지고 있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복지를 내세우던 시중은행이 매년 수백 명의 인력을 내보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 인력 구조의 비대칭성, 판관비 구조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실적과 무관하게 반복되는 감원?

 

올해 은행권은 실적 면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일반은행과 인터넷은행 모두 순이익이 증가했고, 시중은행의 경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실적과 인력 운영은 더 이상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비대면 금융 확대로 영업점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창구 중심 인력의 활용도가 감소했다. 2021년 3079곳이던 주요 은행 영업점은 2024년 2705곳으로 4년 만에 374곳이 사라졌다. 올해 또한 분기마다 점포 순감소가 이어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 절대적으로 높은 은행권에서 판관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희망 퇴직’이 됐다. 실제 4대 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2020년 52.25%에서 올해 42.4%까지 10%p 가까이 떨어졌다. 인건비 축소가 지표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희망퇴직이 은행권 비용 구조의 변수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또 다른 근본 원인이 있다. 바로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채용 결과로 50대 이상 직원 비중이 빠르게 늘었고, 조직 상층부가 과밀화되면서 승진은 막히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 전형적인 비효율 구조가 고착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 직원 중 50대 이상 비중이 22.7%로 20대(11.2%)의 두 배 수준이다. 고연차 고정급 인력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면점포 감소까지 겹치자 조직 슬림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AI 기반 자동화와 모바일 채널 중심의 금융환경 변화가 속도를 내면서 인력 재편 압력이 더욱 심해졌다. 단순 창구 업무는 이미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측면이 있고 상담과 심사, 리스크 관리 영역 역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력 부담 해소를 위해 은행들은 신규 채용은 최소화하고, 계약직과 경력직 중심의 단기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게다가 정년연장 흐름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은행권의 판관비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늘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는 유지되기 때문에 대규모 승진 적체와 고정비 증가는 앞으로도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희망퇴직과 점포 축소는 단기 비용 절감 문제가 아닌, 미래 발생할 비용 폭탄을 선제적으로 막아내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감축을 넘어 재편으로…얼마나가 아닌 어떻게의 문제

 

은행권에선 디지털·AI 중심 조직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희망퇴직은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인력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채용을 지속하려면 기존 인력 구조의 점진적 축소가 병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인력 구조 재편 전략은 ‘얼마나 감축하느냐’ 문제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느냐’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의 창구 인력을 어떻게 재교육할지, AI·데이터·보안 인력 수요를 어떻게 충원할지, 지역 금융 접근성 보장과 점포 축소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연차 인력 체계와 보수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 문제가 향후 은행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제 은행권의 인력 재편 전략은 생존 전략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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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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