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청장 임광현)이 2일 ‘2025 K-SUUL AWARD’ 최종 수상작 12종의 주류가 드디어 공개됐다.
‘2025 K-SUUL AWARD’는 우리 중소기업 우수 주류를 발굴하고, 해외판로를 지원하는 행사이지만, 규모는 작지만 특색 있는 우리 술을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수상식에는 ▲탁・약・청주류 부문 ▲과실주・맥주류 부문 ▲소주류 ▲그 외 주류 등 4개 부문에서 각 3종의 주류를 선정했으며, 175개 업체 366개 주류가 출품돼 경합했다.
탁・약・청주류 부문은 전체 출품 주류의 약 절반(44.5%)을 차지해 약 54대 1의 초고도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과실주・맥주류 부문(25대 1), 소주류(20대 1), 그 외 주류(23대 1)도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경쟁을 통과한 주류는 국세청 K-SUUL AWARD 인증마크를 받아 국내 주류 대기업이 만들어 둔 해외 판로를 통해 수출길을 열게 된다. 또한, 해외 국제 주류박람회(B2B)의 ‘대한민국 K-SUUL관’에 우선 전시돼 해외 주류 업계・바이어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출 판로를 개척할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앞으로 ‘K-SUUL AWARD’를 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시켜서, 다양한 우리 술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주류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탁・약・청주류 : 도한청명주‧산사춘‧조선약주
탁・약・청주류 부문에선 약주가 수상을 휩쓸었다.
탁・약・청주류 부문은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쌀 양조주 경쟁인데, 막걸리들은 수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0년 막걸리 붐 이후 많은 양조장이 번성하고 쇠락했지만, 여전히 막걸리는 우리 술 하면 떠오르는 술 중 하나다.
다만, 술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약주가 상을 휩쓴 건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일이다.
한국 쌀 양조주를 대략 설명하자면,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 탁주이고, 이 탁주에서 가장 맑은 부분을 걸러 청주를 만드는데, 이 청주에 약재 등 각종 부재료를 넣어 만든 게 약주다.
개요는 이러하나, 주세법상에선 의미가 조금 다르다.
주세법에서 청주는 누룩 1% 미만 사용, 약주는 누룩 1% 이상 사용해 만드는 쌀 양조주인데, 누룩에 다양한 균을 포함된 한국 청주는 약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누룩 1% 미만 술은 누룩을 철저히 제한하는 일본 쌀 양조주, 사케 정도다.
이번 경합에선 한영석 도한청명주, 배상면주가 산사춘, 한국전통주양조장 조선약주가 선정됐다.
한국 전통주 부흥 역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쌀을 발효하는 ‘누룩’이다.
한국 주류시장에선 값싼 일본 누룩을 다수 사용하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술 명인들은 한국 약주의 풍부한 풍미를 표현할 수단으로 누룩을 주목했다.
한명석 명인은 발효연구소를 세우고, 누룩 개발 외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난 4월 길 도(道), 나라이름 한(韓) 도한이란 브랜드 아래서 탁주는 청명탁주, 약주는 청명주란 이름으로 출품하고 있다. 산뜻한 산미로 인기가 있다.
배상면주가 산사춘은 이미 많이 알려진 술이다. 산수유 열매에서 상큼한 풍미를 뽑아내 누룩향내가 퍼지는 약주와 잘 어우른 술로, 민들레 대포와 더불어 배상면주가 대표 약주다.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저도주 시장을 매실주들이 점유하고 있었는데, 이때 산사춘이 나와서 젊은 층들에 큰 인기를 끌었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많은 술이 나왔지만, 좋은 술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 만큼 이번 어워드에서 재차 조명을 받았다.
한국전통주양조장 조선약주는 깔끔한 첫맛과 코 너머 남는 은은한 뒷향으로 54대 1의 경쟁률에서 살아남는 저력을 선보였다.
보통 술을 빚을 때 술의 기본 토대가 되는 밑술을 만들고, 거기에 덧술을 더해 맛의 깊이를 더하는데, 이렇게 한번 빚은 술을 단양주라고 한다.
술을 두 번 빚으면 중양주, 세 번 빚으면 삼양주라고 하는데, 무조건 많이 빚었다고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술의 성격과 재료에 맞춰 빚는 횟수를 정하게 된다.
한국 술들이 구한말과 1960년대를 거치며 거의 명맥을 잃었으나, 조선약주는 고문헌에 나와 있는 중양주 방식을 현대식으로 풀어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 과실주・맥주류 : 베베마루‧복분자음‧사화유자
앞선 탁주‧청주‧약주에선 약주가 싹 쓸었다면, 과실‧맥주에선 과실주들이 재패했다.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은 방송도 타고,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유명세를 탄 포도 양조주(와인)다. 지역 포도농가들이 와인을 개발하는 가운데 영동 포도농가에서 태어났다.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은 단맛이 강한 아이스바인 ‘계열’인데, 이유는 품종 때문으로 보인다.
당도는 술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성분이다. 발효균이 당과 만나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리되어 술의 뼈대를 만드는데, 해외 와이너리 포도들은 당도가 높다.
한국은 변화무쌍한 기온으로 환경 적응력이 좋고, 기후에 튼튼한 북미산 켐벨포도를 주로 심었는데, 검정색 켐벨포도들은 서양의 양조용 포도들보다 시고 당도가 좀 떨어진다.
한국 포도농가 입장에서 와인 좀 빚겠다고, 이미 잘 팔리는 켐벨포도 말고 다른 품종을 심는 건 매우 위험한 모험이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켐벨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여럿 이어졌다.
영동의 베베마루는 켐벨포도의 제약을 뚫기 늦게 수확해 얼려서 당도를 자연스럽게 졸이는 아이스 바인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탓에 달콤한 풍미에 어우러진 산도와 고운 색감을 갖게 됐다.
복분자음은 2010년 이후 한창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배상면주가에서 내놓은 복분자주다.
대중 복분자주의 기초는 보해양조에서 내놓은 보해 복분자주인데, APEC 2005년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사실상 표준을 마련했다. 이때는 복분자주가 코리안 와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소 가벼울 수 있는 과실주 부문에서 복분자주는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강한 개성을 가질 만한 술이다.
복분자음은 모범생 복분자주 중 하나로 고창 출신 당도 높은 복분자를 골라 빚었다고 하는데, 자체 효모를 연구, 적용하는 노하우와 겹쳐 새큼하고 진한 맛을 전달한다. 적정선을 지킨 알코올이 복분자 특유의 새콤달콤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사화유자는 창원 사화동 출신인데 선대가 운영하는 쌀집(정미소)에서 조금씩 빚던 탁주가 손자 대 이르러 본격적인 쌀 양조주로 바뀌었다.
사화유자는 맑은 내일 브랜드의 ‘사화’ 시리즈 가운데 과실주 제품으로 쌀을 발효한 밑술을 쓰지 않고, 거제 유자로만 발효해 신선한 유자 과육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단독으로 마셔도 좋은 술이지만, 맛과 향을 더하는 술이라는 과실주의 특성을 살려 시트러스 계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해도 좋다. 참고로 사화 시리즈에는 막걸리, 약주(쌀 양조주), 소주(쌀 증류주) 등 다른 종류의 술들도 있으니 색다른 경험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 소주류 : 경복궁 소주‧내외 39‧사락GOLD
증류주는 양조주를 끓여 순수한 맛과 향을 뽑아내는 술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마시면 높은 알코올 때문에 코로 기침하고, 속이 타오르지만, 술꾼들에겐 증류주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위 ‘어른의 맛’이다. 여기부터는 술 만드는 곳이 양조장이 아니라 증류소가 되고, 점점 번쩍거리는 금속 관으로 만든 증류기를 사용해야 한다.
대중소주 도수에 익숙한 사람들까지 어우르기 위해 20도~40도로 제품을 나눠 발매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도수가 40도에 걸쳐진 제품군이 프리미엄 군에 속하고, 가격도 비싸다.
경복궁 소주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지비지스피리츠 제품인데, 이 회사는 음향 숙성 또는 음향 진동이란 고유의 기술을 갖고 있다. 발효 숙성 시 균의 움직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음파를 쏴서 진동을 일으킨다. 비유하자면 음파를 젓가락 삼아 빙빙 젓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도수가 높은 술은 불순물을 빼고 깔끔한 맛을 뽑아 소위 말하는 부드러운 맛을 뽑아내는데 두 번 증류해서 만든다. 수상에 오른 건 경복궁 소주 40인데, 오크통에 숙성하고 색을 내는 성분을 가미해서 만든 경복궁 소주 41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내외 39는 내외 21도, 내외 39도 라인업에서 39도 제품인데, 섬세한 꽃향과 다양한 과일 풍미로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한국형 스피릿 쪽에 보다 가까운 제품으로 누룩곰팡이를 쓰지 않고 정제효소로 발효, 위스키 형 증류기를 사용해 깔끔한 맛을 뽑아냈다.
신라호텔 ‘라연’에 입점하고, 이번 2025 K-SUUL AWARD에도 수상작에 오르긴 했지만, 이미 올해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스피릿 실버를 수상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사락GOLD는 선양소주 프리미엄 제품인데, 술 좀 마신다는 유튜버들이 줄줄 관심을 표한 술이며, 한 잔의 경험을 기대해볼 수 있다.
위스키를 소주로 해석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있는 보리 증류주다. 숙성도 오크통에서 했고, 일반 사락 소주(33도)보다 도수도 높다(40.2도).
숙성연도는 3년 정도로 국내외에서 이미 다수의 상을 받았는데, 올해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스피릿 부문 브론즈 상을 받았다. 뚜껑을 열면 향부터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데, 때문에 향을 맡을 수 있는 위스키 전용잔을 사용해 향을 즐길 필요가 있다.
◇ 그 외 주류 : 김포 2025‧보쉐 700‧차이나타운 14
김포 2025는 한국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제품이다. 싱글몰트이고, 도수는 51도로 수상작 가운데 최고도주다. 김창수 위스키는 김포로 양조장을 옮긴 다음에 연도별 김포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김포 2025는 올해 만든 술이다.
김창수 위스키는 고정 팬들이 있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한 술은 아닌데, 수량이 많지 않아 병이 필요하다면 언제 동날지 모른다.
코아베스트 보쉐 700은 다양한 술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은 마셔볼 만한 술인데, 이 술은 흔치 않은 벌꿀주(미드)다.
술은 포도로 만들면 와인, 보리로 만들면 맥주, 꿀로 만들면 벌꿀주인데, 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술 중 하나로 벌꿀주가 꼽힌다.
꿀로 만들었다고 들척지근한 꿀맛이 나는 건 아니다. 당분이 발효 과정에서 탄산과 알코올로 분해되기에 단맛만 적당한 수준을 만들어 내는 선에서 제공한다.
한국에서 벌꿀주가 일단 흔한 제품은 아니고, 주도가에겐 좋은 제품 하나 찾아 연을 하나 만드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이 된다. 단맛에 어울리는 향을 집중적으로 넣었으니 제조사 설명과 비교하면서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도 재미다.
차이나타운은 인천 십정동 출신이라서 그런지 양조장 이름도 열 우물 양조장이다. 여기는 리큐르인데 이미 만들어진 증류주에 향과 맛을 입히는 혼성주 쪽이다. 허브 넣은 샤르트뢰즈, 오렌지 넣은 그랑 마니에르, 블랙베리 넣은 샹보르(샴보드), 커피 넣은 칼루아 등이 이쪽 술들이다.
수상주류는 차이나타운 14번인데, 향은 애플망고다. 참고로 12번은 석류향.
한국의 저도주 시장은 좀 불안정한 지대인데, 대표적으로 파랑색, 빨간색, 녹색계열의 색소를 넣은 5도 안팎의 과일향 맛술들이 작은 영역을 차지하다가 요즘에는 하이볼들로 시장이 크게 성장하긴 했지만, 조금 도수가 있는 리큐르들도 성장한 거까지는 아니다.
그런 만큼 14도의 차이나타운 14번은 반가운 술이며, 열 우물 양조장은 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인천에 간다면 한번 들러볼 가치가 있는데, 그 모양새는 마치 우리 술의 도서관과 같다. 양조장 자체 술 외에도 다양한 우리 술을 취급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술의 세계에 맞춰 이색적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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