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매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안건 중 하나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이다. 특히 회사의 이사가 주주를 겸하는 경우, 자신의 보수와 관련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있었다.
회사 측에서는 보통 ‘개별 이사의 보수가 아닌 전체 한도를 정하는 것이니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약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어야 함에도 이를 행사하여 안건이 통과되었다면, 그 주주총회 결의는 법적으로 유효할까. 최근 법원의 판단은 이 질문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주주 겸 이사의 특별이해관계
우리 상법은 이사 보수 결정의 공정성을 위해 두 가지 핵심 장치를 두고 있다. 첫째는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는 원칙이다(상법 제388조). 이사들이 스스로 과도한 보수를 책정하는 것을 막고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통제를 받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판례는 여기서 말하는 ‘보수’를 월급, 상여금, 퇴직금 등 직무수행의 대가로 받는 모든 금품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결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특별한 이해관계’란, 특정 주주가 다른 주주들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이익이나 불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서, 보수를 받게 될 당사자인 주주 겸 이사는 과연 이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할까.
최근 판결들은 일관되게,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하여 당사자인 주주 겸 이사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5다210138, 2025다210139 판결).
법원은 이사의 보수한도액을 정하는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지면 해당 이사는 그 한도 내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결의에 대하여 ‘주주의 입장을 떠난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판단한다. 설령 주주총회에서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 총액 또는 한도액만을 정하고 개별 이사에 대한 배분을 이사회에 위임하더라도, 보수 한도액 증액은 각 이사가 지급받을 보수액 증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이해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주주 겸 이사가 지배주주인 경우에는, 해당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소수주주가 경영을 좌우하게 된다는 반대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상법 제368조 제3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지배주주로서는 주식 일부를 양도하거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만약 소수주주에 의한 결의가 현저히 부당할 경우 상법 제381조에 따라 결의취소의 소 등을 제기할 수 있는 별도의 구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리고 이사의 보수 결정에 주주총회의 개입을 보장하려는 상법 제388조의 취지는 강행규정이므로, 법원은 회사의 실무나 관행만을 이유로 주주인 이사의 의결권을 인정하게 되면 해당 규정의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특별이해관계인의 참여로 결의 결과가 달라진 경우까지 관행을 이유로 하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
실무상 유의사항 및 권고
이상의 법규와 판례 동향을 종합할 때, 기업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만약 주주총회 개최 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하여 특별이해관계에 해당하는 이사 겸 주주가 있다면 주주총회 당일 의장은 해당 안건 표결 시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됨을 명확히 고지하고, 해당 주주의 의결권 수를 제외한 채로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를 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결권 제한 사실과 그에 따른 표결 결과 산정 과정을 주주총회 의사록에 명확하게 기재하여 향후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이러한 분쟁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으로는, 이사 전원의 보수한도를 일괄 상정하기보다, 각 이사별로 보수 한도 안건을 분리하여 상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특정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해당 이사만이 특별이해관계인으로 의결권이 제한되므로, 다른 이사 겸 주주들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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