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남의 땅에 묘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과거에는 유교사상 등으로 땅에 대한 소유권 구분없이 분묘가 임의로 설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법원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등기가 없어도 분묘와 그 주변 토지에 대해 사용권을 인정하는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판례상 인정되는 분묘기지권의 유형은 아래와 같다.
① 분묘의 기지인 토지가 분묘의 수호·관리권자 아닌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가 분묘 수호·관리권자에 대하여 분묘의 설치를 승낙한 때에는 그 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설정한 경우이고, 이러한 유형의 분묘기지권을 ‘승낙형 분묘기지권’이라 한다.
②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유형인데, 이러한 유형의 분묘기지권을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라 한다.
③ 자기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데, 이러한 유형의 분묘기지권을 ‘양도형 분묘기지권’이라 한다.
위 유형 중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양도형 분묘기지권’의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 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는데,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지료 지급의무와 관련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일정한 상황 내지 조건하에서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3다261302 판결]
대법원은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관습법상 인정되는 용익물권인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인정 여부를 확정함에 있어서도 그 권리의 특수성 및 그 권리가 인정된 사회적 배경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의 관계, 그들의 이익 상황 및 합리적 의사,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제286조)이나 차임증감청구권(제628조) 등의 규정 및 그 기초를 이루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취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의 균형 등을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공과금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과거에 우리 사회에서 분묘 설치에 관한 승낙 및 무상 약정이 흔히 이루어져 왔던 것은 순수한 개인적 차원의 결정이었다기보다는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한 현상이었다고 보이는데 무상 약정의 기초가 된 경제사회적·문화적 배경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였다는 점,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성립 요건 및 존속기간 등에 관하여 당사자가 실제 의욕한 것 이상으로 토지소유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 분묘기지권 성립 당시 무상이었다고 하여 영구적인 무상 사용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점, 양도형 및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있는데 승낙형 분묘기지권에 관해서만 지료에 관한 유상 약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영구 무상의 권리를 보장할 경우, 다른 유형의 분묘기지권과 균형이 맞지 않고, 거래안전을 해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상황에 따라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을 유상으로의 전환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위 대법원 사안의 경우 이 사건 분묘가 설치된 후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수차례 변경되어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내지 매장된 망인들 사이의 특수한 인적 관계는 단절된 점, 분묘가 설치된 시점이 이미 36년 넘게 경과한 점, 이 사건 분묘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목이 ‘전’에서 ‘대지’로 변경되어 이용상태나 활용가치가 현저히 변경된 점 등을 종합하여 지료지급 청구를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결론]
대법원에서 고려한 사항처럼, 과거에는 분묘가 해당 토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의 비중도 낮아서 분묘의 존재가 해당 토지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거나, 토지소유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면, 근래에 이르러서는 주택단지나 공업단지의 조성 등과 같이 임야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거래가 빈번해짐에 따라, 임야의 경제적 가치 및 소유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늘어났고, 분묘의 존재로 인해 분묘기지뿐 아니라, 나머지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도 증대하였다.
더욱이 오늘날에는 화장, 봉안시설이 늘어나고 장묘 문화도 매장에서 화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장기간 무상으로 분묘기지권으로 보호를 받아왔다면, 이제는 유상으로 지료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해 보인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