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대법원이 최근 국세청의 부동산 감정평가 규정에 대해 위임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합법이라고 판단내렸다.
상속세 및 증여세는 ‘시가’ 평가가 원칙이라는 큰 틀 내에 입법자의 재량을 인정했기에 의미가 대단히 크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천대엽)는 지난 2일 부모로부터 공동주택을 증여받은 증여인들이 과세당국의 증여세 부과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대법 2025두35499, 2026. 4. 2.).
대법은 “구 상증세법 제60조에서는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대략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면서 “이는 입법자가 입법재량 내에서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인 ‘시가’를 공정하게 산정하기 위한 취지로서 해당 대통령령에서는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요건을 별도로 구체화‧명확화하고 있는 바, 이는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상속세나 증여세 신고는 시가 신고가 원칙이다.
단, 시가가 뭔지 알 수 없을 때는 공시가격 등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한다(보충적 평가방법).
납세자 입장에서 꾸준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다면, 시가 신고를 하면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반면, 공시가격은 아무래도 시가보다 월등히 적기 때문에 가급적 공시가격 등으로 신고하길 바란다.
최근 몇 년간 똘똘한 한 채, 꼬마빌딩 등을 상속 또는 증여하면서 납세자가 시가를 알 수 있음에도 공시가격 등으로 신고하며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그러자 정부는 대통령령(시행령)을 바꾸어 국세청이 신고기한 후 증여세는 6개월, 상속세는 9개월 감정평가서 작성을 통해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납세자가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당하게 공시가격으로 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사건의 경우 부모로부터 주택 증여를 받은 자녀들이 공동주택가격으로 증여세 신고를 했다가 이후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로 과세한 건이었다.
원고들은 법은 시행령(대통령령)보다 상위이고, 법에는 증여일 이후 시가를 알아볼 때는 분명히 3개월 이내에서 알아보라고 해놨는데, 정부는 시행령 하나로 국세청에 대해서만 증여일 이후로 9개월까지 시가를 알아볼 수 있게 하여 법으로 과세한 게 아니라 ‘시행령 과세’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시행령은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조정이 가능한데, 법에서 증여일 이후 3개월까지만 시가를 알아보라고 했으니 시행령으로 추가 기간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행법 2023구합89279, 서울고법 2024누70113).
상식적으로 증여일 이후 3개월까지만 알아본 시가만을 인정하게 되면, 국세청은 감정평가로 신고검증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납세자 세금 신고를 해야 국세청이 검증해서 상속세를 결정, 부과하는데, 납세자 중에선 거의 신고기한 마지막 날 즈음하여 세금 신고를 한다. 그러면 저 3개월이 다 사라져 버린다.
또한, 국세청 행정력상 상속세‧증여세 세금 신고 들어오자마자 모든 사건을 즉각 검증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정부는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제도를 만들 때 신고 후 검증할 수밖에 없는 국세청의 현실을 감안해 신고기한 후 일정 기간 내 감정평가한 것을 두고, 시가 판단해서 과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대법은 이번 판결을 통해, 상속세 및 증여세 신고는 시가가 원칙이며, 그 시가를 판단함에 있어 본법상 위임을 통해 시행령에서 국세청이 감정평가로 시가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은 본법의 위임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못 박았다.
◇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불법 규정한 서울행법 판결
이번 대법 판결로 지난해 12월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는 무효라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흔들릴 가능성이 생겼다(서울행법 2021구합85600, 2025. 12. 15.).
서울행법 사건의 기본 틀은 위 대법사건과 비슷하다.
상속인들이 공시가격 등으로 저가 상속세 신고를 했더니 국세청이 부동산 감정평가를 통해 알아낸 시가로 고가 상속세 과세를 한 사건이었다.
서울행법은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근거 규정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본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위법적 법령이라고 판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납세자는 상속일 이후로 시가판단을 할 때는 6개월까지밖에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국세청에는 신고기한 후 9개월을 추가로 주는 게 불공평하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분명히 본법에선 6개월까지만 시가를 알아보라고 되어 있는데, 본법상 위임 조항 하나를 끌어다가 시행령에 국세청에 한해서만 추가로 9개월을 더 주는 건 위임의 범위를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송이 끝난 것은 아니고, 항소심에서 대법이 놓친 법리를 형성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법 판결 취지를 보면, 대법 판결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시가원칙-과세관청이 시가를 알아보는 방법 시행령에 규정(위임)-위임에 따른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수립’에 대해 특별한 추가 설명없이 명료하게 합법이라고 못을 박아서 재론의 여지를 현저히 봉쇄하고 있다.
한편, 보통 대법 판례가 하나 나오면 각 하급심은 가장 최근 형성된 대법 판례를 중심으로 판단을 내린다.
대법 판례가 불변의 원칙은 아니지만, 하급 법원들이 특별한 사유 없이 해당 기준을 따라가지않으면 소송 남발 등 불필요한 소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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