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환율 1500원선 돌파…2022년식 처방 이번에도 통할까

2026.03.16 18:05:33

유가 급등·달러 강세에 원화 약세 압력 확대
스무딩·외환스와프 등 2022년식 대응과 유사
대외 변수 주도에 환율 안정 쉽지 않을듯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국제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동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의 배경이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있는 만큼 단기간에 흐름이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전쟁, 유가, 달러…러·우 사태와 닮은 흐름

 

최근의 원·달러 환율 흐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와 닮아있다. 당시에도 전쟁 충격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화 가치가 빠르게 밀렸다. 특히 국제 원자재 시장이 즉각 반응했는데,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번 중동 사태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나아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되자 원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까지 겹쳤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급격한 긴축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고, 원화는 추가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았다.

 

결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200원대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반년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전쟁 발발 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 환율 장기화 땐 금리 변수까지 부상

 

외환당국은 당시 가파른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안정 조치에 나섰다. 대표적인 수단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재가동이었다. 2022년 9월 양측은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하면서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수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꿨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도 이어졌다. 외환당국은 2022년 3분기 외환시장에서 175억달러가 넘는 달러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외환당국의 대응 프레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환당국은 수급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수시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외환시장 매도 개입)을 통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환율 변동이 과도할 때 달러를 매도하거나 매수해 급격한 움직임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외환시장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도 유지되는 중이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와 전략적 환헤지 체계가 대표적이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수하지 않도록 해 시장 내 달러 수요를 줄이는 장치다. 전략적 환헤지는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효과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선물환 매도에 나서면 이를 인수한 은행의 현물환 거래가 뒤따르며 시장에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

 

당분간 외환시장 대응 방식은 2022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화에 도달하기까지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외환시장 수급 관리, 구두 개입 등을 병행하며 시장 쏠림을 완화하고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필요할 경우 정부의 구두 개입도 병행될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상황 안정화가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구두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상황은 정책 대응 측면에서 2022년보다 더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주요 안정 조치 상당수가 가동된 상태여서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 당시에는 환율이 급격히 뛰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데 정책 대응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지금은 지정학적 갈등과 에너지 가격, 달러 강세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대응 난도가 더 높고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4~5주 지속되면서 원유 공급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선 원·달러 환율 범위를 1400원대 중반~1550원으로 예상한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군사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환율이 1400원 후반에서 1550원 이상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통화정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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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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